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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y 08. 2024

양 손 꽉 붙잡자

부모와 자식 사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나도 '부모'가 되었지만, 

부모님 앞에서 나는 늘 자식같은 상태였다.


마음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학창시절 때 처럼 고만고만한 일상사에서 엄마에게 혼나고, 잔소리를 듣고, 

아빠의 근엄한 훈계를 공손히 듣곤 하는...


오만가지 잔소리와 핀잔을 들어도 자식의 상태는 '편하다.'

부모님에게 그저 의존하는 존재이기에 나를 그냥 맡겨버려도 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부모와 자식 사이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서 

나는 부모님에게도, 자식에게도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연로해 가시는 부모님은 더 이상 내가 그저 의존할 수 있는, 

당신들께 나를 맡겨버려도 좋을 대상이 아니다.


자식 또한 입시를 목전에 둔 초긴장 상태의 돌봄이 필요한 때이다.

나는 부모님과 자식 사이에 끼여있는 '샌드위치'같은 상태가 되었다.


사실 양 쪽 모두 무거운 의무감을 내게 부여한다.






어버이날인 오늘, 

나는 내 속의 이런 자식과 부모의 역할을 좀 더 뚜렷하게 의식한다.


몸도 마음도 점점 약해지시는 부모님을 뵙는 것이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올 해는 유독 그렇다.


아들에게 받는 인사보다,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는 자식으로서의 입장이 더 마음에 쓰였다.

부모의 역할보다,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렇게 과도기적 시기를 겪게 되나 보다.

떠나가시는 부모님과,  성장하며 자라는 아들의 손을 동시에 잡고 있는 기분.


어느 시기가 되면,  이들의 손을 모두 놓아야할 떄가 오겠지.

아무리 꽉 잡고 있으려해도 내 손을 빠져나가는 부모님의 손을 잡지 못해 울부짖는 때가.

아들이 내 손을 놓고 자신의 길을 떠나가는 때가.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양 손이 힘겹게 느껴질 때면, 

나는 이들의 손을 더이상 붙잡을 수 없는 이런 순간을 상상한다.




텅 비어진 손은 과연 자유로울까? 

텅 빈 만큼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차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후회하며 가슴 아파하지 않도록,

아니 아프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덜 아프게 견딜만 하도록, 


지금 내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이들의 존재에 감사하고, 감사하며

그들에 내게주는 따뜻한 온기와 감촉을 온 몸으로 느끼며,

최선을 다해 붙잡아 보겠다 생각한다. 


올 해 어버이날은,

감사함보다 더 진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나이가 드는 것일까...

이제야 또 철이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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