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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y 12. 2024

하루키에 다가가는 법

알고 싶다, 진심


지내다 보면, 왠지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좀 더 젊은 시절의 나라면,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관심을 보이고 가까워져 보았겠지만, 

지금 나는 "관계 맺음"에 대해 꽤 소극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관계는 신기루에 가까웠다. 

진심으로 원하고 필요한 것 같았지만, 

결국엔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져 버리는.


그런데, 작가에 대한 관심은 다르다.

그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주저 않고 다가갈 수 있다.

그의 책과 글과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찾고, 나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다가가 열렬한 관계를 맺어도

신기루와 같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런 마음으로 더 알고 싶어지는 작가가 생겼다.


무라카미하루키, 헤르만헷세, 박완서 작가이다.


아마도 느리고 깊게 읽기에 대한 갈망이 원인인지 모르겠다.

최근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이나 자극적인 제목의 책들을 보면서 

'책애도 신기루 같은 것이 있구나' 생각하곤 했다.


SNS 알고리즘을 통해 유행처럼 소개되는 신간들, 

대형 서점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매대 위에 당당히 올려진 책들에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유감스럽게 느낀 경험들이 쌓이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이 시대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좋다.

트렌트를 쫓지 못하는 분류의 책이어도 좋다.

이름 없는 작가라도 좋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퉈 서평을 올리는 책이 아니어도 좋다.


내 마음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문장.

그런 문장들을 만날 수 있는 책에 푹 빠지고 싶은  싶은 갈망이 있다







그런데, 무라카미하루키는 조금 예외적인 이유로 알고 싶어진 작가이다.

사실 그의 이름이 보일 때마다 지나치지 못하고 책을 펼치곤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절 반을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버렸던 기억으로 

나는 '이유도 없이' 멀리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이유도 없이'가 문제였다. 

사람도 이유 없이 싫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나에게 하루키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물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작가라 해도 나에게는 전혀 감흥이 없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해결하고 싶은 바는 '이유를 알고 싶는' 것이다. 

하루키 책이 내게는 그리도 읽히는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그의 이름을 볼 때면,

지나치지 못하고 펼쳐보게 되는 이유. 

살포시 책장을 덮으면서도 애써 마음 한쪽이 쓰라린 이유.


이 모순적인 느낌에 대해 최소한 나 자신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주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놓쳐 버린 그의 매력을 찾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후루룩 넘겨봤던 그의 책에서 발견한 오늘의 문장은 마음을 조금 움직이게 했다.

이 책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읽어볼 생각을 가지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하루키 지음




만약 내가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 넣고 싶다.


(나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눈을 감았다. '나라면 뭐라고 써넣을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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