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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l 24. 2024

'소리'로 기억하는 사람

김/민/기


정치적인 이념은 모른다. 그때도 몰랐다.


다만, 나지막이 읊조리듯 노래하던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갑자기 모든 작동이 멈추었던 기억이 있다.

그 소리가 어떤 울림보다 크고 깊게 느껴졌고,

나는 숨죽이며 '상록수'라는 노래를 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노래가 아닌 "소리"를 들었다.


노래가 끝났을 때 나는 크게 숨을 쉬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소리가 내 속에 가득 채워졌는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아,

오랫동안 먹먹한 가슴으로 지내야 했던 시간도.


나중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민기'임을 알았고, 

이 상록수라는 노래는 김민기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노동자들이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자리에 축가로 불러주기 위해 만든 노래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꺠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가난하고 힘든 청춘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가 되었을까?

힘겨운 현실을 끝내 이기리라 용기를 얻게 되었을까....






그렇게 순간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그 목소리를 꽤 오랫동안,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며칠 전 뉴스를 통해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이제야 다시 들어보게 된 목소리.

이번에도 나는 노래보다 "소리"를 듣는다.

김민기는 나에게 '소리'이다.


여전히 깊고, 

여전히 크다....




https://youtu.be/qbg822BTNSY?si=UqYGgDfCgFj48yzQ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검색)



상록수 / 김민기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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