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장면에 대한 준비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이의 이 말은 나를 설레게도, 가슴 조이게도, 호기심 천국에 와 있는양 들뜨게도 했다.
대부분 나는 그 때 그 때 당장 머리속에 떠오르는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재미있었니?"
"급식은?"
"친구들이랑은 잘 지냈구?"
"숙제 검사 잘 받았어?"
혹은
"시험 잘 밨어?"
"몇 개나 틀린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은? 다 쉽고 해?"
그리고 대충 형식적으로 건네는 말.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고?"
유치원생이라면 이런 질문도 의미없을지 모른다.
그저 아이를 두 팔 벌려 한껏 안아주고 살을 맞대며 서로의 따스함을 나누고,
세상 가장 밝은 미소로 "사랑한다, 우리 아들, 우리 딸"이라고 말해 주면...
그것이 아이와 엄마에게는 세상 전부가 되니까.
내가 다시 과거로 돌어갈 수 있다면, 나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느 아이에게 건넬 말들을 조금은 고민하며 기다렸을 것 같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학교 관련 질문을 할 때 늘 자녀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고 한다.
"오늘 질문 많이 했니?"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는 말보다 오늘은 내 아이가 질문을 몇 개나 했는지가 더 궁금한 부모들.
나는 과연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나 되돌아 보았지만, 거의 기억이 나질 않았다.
3월 공개수업의 장면을 보면 너무나 분명해 진다.
초등 저학년 부모님들이 공개수업 참여률은 거의 100%이다.
내 아이가 어떻게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지, 친구들, 선생님은 어떤지 그야말로 관심 대폭발.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손들고, 발표하고, 큰 소리로 반응해 주는 해맑은 아이들.
그러나 초등고학년, 중학교(고등학교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부모님도, 학생들도 교실에선 침묵이 편안해 진다.
그래서 상호작용 또한 '대답'의 맥락에서 작동한다.
질문의 주체는 대부분 선생님이고, 학생은 잘 대답해야 칭찬 받을 확률이 높다.
친구가 질문을 하기라도 하면, 다른 친구들은 곧 쉼 모드로 진입하기 일쑤다.
내 일이 아닌냥, '그 친구의 질문'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양으로.
영재교는 질문하는 학교이다.
'대답'보다는 '질문'의 힘이 더 중요하다.
질문을 해야 공부를 할 수 있고, 연구를 진행할 수가 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가르쳐주는 내용은 그야말로 가이드일뿐, 해야 공부의 양은 훨씬 많다
그 많은 공부의 양을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방법이다.
그런데 스스로 질문할 줄 모르면,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선생님께 물어볼 수도,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자신이 무엇이 궁금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만 외우고 익혀서
시험을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내 전공분야에 대한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다.
돌이켜 보니 부모의 역할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가" 너무 많은 질문을 했다.
엄마의 좋은 질문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만, 나는 그런 내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
아이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함을 깨닫지 못했던 것같다.
질문을 할 때까지 좀 더 기다려 줄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그 질문을 아이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줄 것을.
나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로 산다 생각했지만,
결국은 나의 바램과 욕심에 최선을 다하며 살지 않았나 후회하고, 반성한다.
<선배 엄마가 후배 엄마에게>
아이가 커감에 따라 질문을 하는 것은 그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질문을 어려워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스스럼없이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은 단순히 대답을 요구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질문을 통해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질문을 폭발적으로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쳐나는 시기죠.
생물학적인 발달단계로만 보지 마시고, 열렬하게 반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시기가 지났다 해도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사춘기가 되면 벌써 힘들어지지만, 부모는 긴 성장의 과정을 가장 오래 함께 하는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질문하는 순간과 그 질문에 최선을 다해 반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바이기도 한데,
영재교는 입학 자체보다도 입학 이후 공부와 연구를 스스로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영재교를 준비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영재교 입시를 위한 학원, 선행, 각종 정보 등등에 앞서
이러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반드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재글을 발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빠르게 수습하기에 좀 힘든 과정이 이었기에 여러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남은 기간 잘 충전하고 돌아왔습니다.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글로 다시 여려분들을 뷥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서툴고 부족한 글, 진심으로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