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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

클레어 키건 저자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리뷰

by 쭈양뽀야booksoulmate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

클레어 키건 저자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름답고 명료하면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한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저자의 열렬한 팬인 배우 킬리언 머피(아일랜드 출신의 배우)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미 현재 모든 촬영이 마친 상태라고 한다.

이 작품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 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서 기준으로 116쪽에 불과한 이 작품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불운의 출입구를 지나본 이는 안다. 안락과 몰락을 가르는 것은 더 없이 연약한 경계임을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의 시선으로 전개가 된다.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 >


이 작품은 막달레나 세탁소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시설인 막달레나 세탁소는 당시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키다는 명분아래 설립한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실제로 죄 없는 소녀들과 여자들이 그곳에 감금당한 채 폭행과 성폭력, 정서적 학대 등 노역에 시달렸고, 그들의 아기들 또한 방치되거나 죽임을 당한 곳이다. 무려 이 행위들이 70여 년간 자행되어왔다. 이 잔혹한 인권 유린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아무런 사죄의 뜻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런 배경을 두고 있지만, 저자는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주제로 한 점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어떠한 사건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종교나 수녀원에 시선을 집중하는 대신 주인공이 느끼는 삶의 비참함이나 감격의 순간들에 주목한다. 사건은 단지 사회의 문화나 환경이 한 소시민의 도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장치일뿐, 그 안에서 개인의 내면을 뒤따라감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유럽에서 완고하다고 여겨지는 가톨릭 국가의 아일랜드, 그리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비극은 강회된다. 그리고 그 비극 속에서 쉽게 절망하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 때 문밖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는 한 사람에게서 우리가 느끼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한 줄기의 희망을 찾게 되는 작품이다.


<2022년 부커상 저자의 인터뷰 중에서>
이 작품은 아버지와 함께 석탄을 배달하러 간 소년이 기숙학교의 석탄 창고와 갇혀 있는 또래 소년을 발견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였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저 문을 잠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음 배달을 계속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석탄 배달부의 관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에게 집중했다. 아버지인 그가 이 사실을 지닌 채 어떻게 배달을 마치고, 하루를 보내고, 인생을 살아갈지 그리고 그가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는지 탐구할 필요를 느꼈다. 저는 펄롱이라는 남자가 이 소설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딸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사업을 잃고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 마음속에 갇혀 있는 것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에 관심이 있다. 의도적으로 여성 혐오나 가톨릭 아일랜드, 경제적 어려움, 부성 또는 보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소녀와 여성이 수감되어 강제로 노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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