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인권에 대하여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인권’, 우리의 인권감수성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신간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에서 다룬 이슈를 주제로, 북스톤의 권 대표님과 막내 박 사원님이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에서 가장 생소했던 문제는?
권 : 인권에 관심은 있었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취준생이 아니니까(웃음). ‘당연히 좋은 거 아냐?’라고만 여겼어요. 당사자들은 정말 역차별이라고 느끼나요?
박 : 각자 달라요. 인서울 대학에 간 친구들은 ‘대학 가기 위한 노력을 지우는 거 아니냐’고 하고, 지방대 친구들은 ‘이거라도 있어야 기회라도 생긴다’고 하고요.
권 : 저는 이력서를 검토하는 입장이잖아요. 사실 스펙을 중시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억에 남긴 해요. ‘서울대 나온 친구가 한 명은 있었지’ 이런 식으로요. 자소서에서도 자라온 환경이나 학교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사실 면접 전에 어느 정도 선입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걸 지우려고 노력하는데, 아예 블라인드를 해버리면 차라리 좋겠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좋은 스펙 가진 지원자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누구나 열심히 하지만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자는 건데 일부는 박탈감을 느낀다. ‘너희가 참고 이해해야 해’ 말고 다른 말로 설득할 수는 없을까?
박 : 사촌오빠 이야기인데요, 공채 1차 합격자 대상 블라인드 합숙면접에서 팀장도 맡고 평가도 1등을 했대요. 그런데 팀원들이 나중에 오빠가 지방 국립대 출신인 걸 알고 ‘서울 명문대생인 줄 알았다’고 하더래요. 역차별을 이야기하기 전에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권 : 나라가 채용방식을 강제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는가 싶기도 해요. 다른 문제들, 일터 괴롭힘 같은 것도 회사가 알아서 하게 할 것이냐, 나라에서 규제를 하는 게 옳은가가 고민되고요.
그렇다면 박 사원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박 : 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어떻게 증명하나 찾아봤는데, 종교적 이유로 총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게임 접속기록을 조사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걸로 증명되나 싶기도 했고, 그냥 군대 가기 싫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자처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반드시 더 오래 복무시켜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동일하게 하면 현역 입장에서 좋을 리 없고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럴까’ 싶어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논의하려면 군대 내 인권 문제도 함께 가야 하는 것 같다.
권 : 군대를 보는 시선이 확장될 필요가 있어요. 군복무자가 공익보다, 여성보다 애국자라는 논리는 옳지 않죠. 군대 내 환경도 그래요. 사실 최루탄 훈련 등은 굉장히 옛날식이거든요. 이 시스템을 고치자고 하면 군대 내 인권도 개선될 텐데, ‘군대 안 가면 무조건 매국노에 배신자’라고 하니까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박 : 각자의 특성에 맞는 복무 환경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군대라는 사회 안에서 대체제를 만들 순 없을까요? 이 문제는 특히 교육으로 시민의식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법적으로 규제한다고 해도 그게 최선, 최고는 아닐 것 같아요. 법보다는 의식이 먼저예요.
인권 문제를 위해 필요한 건 시민의식 성장? 법적 규제?
박 : 난민 문제는 특히 의식을 바꿔야 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건 맞지만 우리 동네에 온다면…’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느껴요.
권 : 겪어보지 않아서일 거예요. 저희 동네는 영화 〈범죄도시〉 무대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예요(웃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는데, 여전히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시더라고요. 화교 중 육체노동자가 많다 보니 거친 이미지가 부각된 것 같아요.
박 : 그런데 외국인 범죄율보다 내국인 범죄율이 높잖아요. 외국인 범죄가 더 부각될 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우리 동네에 난민이 산다면?’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져요. 저부터도 차별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옳은 일인 건 알지만 아직 불안해’ 이런 심정인데, 사회적으로 대화하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더욱 고민될 것 같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박 : 차별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상하다고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나와 달라도 다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다 바뀔 거라 기대할 수는 없지 않나요?
권 : 그걸 뒤집어보면 ‘나는 정상인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소수자와 다수자 개념 자체가 허상일 수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200만 명인데 여전히 단일민족을 주장하는 것처럼요. 누구에게나 '소수자'가 될 사유는 있어요. 성별, 군 복무 등등. 엄격한 ‘다수자’ 그룹에 들어갈 사람은 사실 몇 없을 텐데,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고 차별하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금보다 강력한 제도가 필요할까?
권 : 동성결혼 문제 같은 경우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생활동반자법도 기각됐고.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엄연히 있고 난민법도 선진적인데 지켜지지 않고 있잖아요. 결국 인식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이 필요한 건 자성이 필요해서인데,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한계에 부딪치는 건 주로 소수자, 아래 계층인 게 답답해요.
권 : 주류는 지금 사회를 바꿀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바뀌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도기다 보니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박 : 대화라는 건 서로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주장만 하고 남의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해서 막막해요. 특히 인터넷 댓글이 그래요.
권 : 댓글 살벌하죠. 그런데 보통은 열 받을 때 댓글을 쓰잖아요? 이성적으로 쓴 게 아니라 굉장히 격앙돼서 한두 줄 뱉은 건데, 이걸 과연 여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의외로 대화가 될 수도 있어요.
박 : 동의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