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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n 25. 2021

'나만의 안목'을 만드는 일

쏘스 004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  편집후기

편집자의 업무다양하지만  중심에 있는 것은 글이다. 글을  쓰는 , 글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쓰는 ,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편집자는 없을 것이다.  역시 그중  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  ' 대한 부러움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줄어들었다기보다 부러움의 결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글을  쓰려면 일단  살아야 한다. 문장이 유려한 글도 좋지만, 저자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이야말로 좋은 책의 재료가 다.  쓰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을 점점  저자로 눈여겨보게 되는 이유다.  


쏘스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내 일과 삶의 소스를 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말해주듯, 이론보다 저자의 경험을 담은 시리즈이기에, 잘 사는 행위가 전제가 된다.

쏘스의  번째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 편집하는 동안, 저자가 전하는 진정한 소스(Source) 대해  여러  생각했다. 저자는 매일같이 달라지는 도시의 이곳저곳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일상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서울과 지방, 제주, 일본 등을 다니며 공간을 기획한 사람들과 나눈 심도 깊은 이야기는  권의 책으로 묶였다. 공간을 엄선한 기준은 하나,  공간만의 맥락과 콘텐츠로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할  있는 곳이었다.


책에서는 '지속가능한 공간의 조건'이라 표현했지만, 나는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의 호기심과 실행력이 만들어낸 '안목'이라 생각했다. 이때 안목은 취향이나 평가의 영역이 아닌,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기준이자 시선이다. 우리는 어쩌면 나만의 안목을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기록하는 게 아닐까.


 책을 만들면서  역시 저자의 '안목' 빌려, 도시를 한층  풍요롭게 바꾸어가는 공간과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사는 동네와 도시가 누군가의 노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나만의 소박한(?) 목표도 생겼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자유롭게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나에게  영향을 미친 공간과 스토리를 기록해보고 싶다. 안목이 있는 , 안목을 만들어가는 삶은 단언컨대 즐겁다.


언젠가부터 저녁 약속이 생기면 정해진 시간보다 30~40분쯤 먼저 도착해 식당 주변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는 취미가 생겼다. 그 무렵의 주택가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 걷는 것만으로 고즈넉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때로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약속을 잡는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주택가였던 동네가 시간이 흐르면서 레스토랑이나 사무실로 바뀌는 모습을 관찰하며 걷다 보면, 약속장소에 가기까지의 여정과 동네의 맥락이 그날의 모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동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변화와 분위기를 관찰하는 일은 나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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