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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n 23. 2021

MD는 기획하는 사람입니다

<기획하는 사람, MD> 편집후기 : 상품을 기획하고 경험을 설계합니다

출판사에는 매일, 생각보다 꽤 많은 원고가 들어온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예비 저자분들이 보내오는 이른바, 투고 원고다. 


세상의 수많은 책들만큼 투고 원고의 성격 역시 다양하다. 출판사의 성격에 맞는 원고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출판사의 주력 분야와 거리가 있는 원고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보내오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유형도 다양하다. 오직 '이 출판사'에만 보냈다며 충성도를 어필하는 분, 족히 출판사 100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뿌리듯 보내는 분, 마케팅력과 인맥을 강조하는 현실적인 분도 있다. 


출간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당연히 '주제와 글, 저자'이겠지만, 사실 원고를 투고하는 방식(메일)도 계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저자의 '일하는 스타일'은 중요한데, 이것이 메일과 기획안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쏘스 시리즈 3권인 <기획하는 사람, MD>는 저자가 브랜드 기획과 MD로 일한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기획력과 기획자의 마인드를 강조하는 내용만큼 저자가 보내온 기획안부터 놀랍도록 촘촘했다. 나도 모르게 메일을 클릭하면서 "이 분은 기획하는 사람이군" 하고 중얼거릴 만큼. 


투고 원고의 가제는 <MD의 일>이었고, 아래와 같은 구성의 PDF 메일이이었다. 

"가제 / 기획의도 / 저자 이력 / 경쟁도서 현황 및 차이점 / 예상독자층 / 홍보 방안/ 차례와 샘플원고"


제목과 샘플원고는 다소 딱딱했지만 'MD와 기획'이라는 키워드와 경험만큼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요즘 MD의 일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회사의 MD는 정해진 일만 하는 회사원이었고, 어느 회사의 MD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였다. 자연히 일하는 방법과 태도에 따라 브랜드의 결과물도 차이가 났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스몰 브랜드, 스타트업이 생기면서 MD 업무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MD를 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이 만나곤 한다. 그런데 높아진 관심에 비해 사람들이 이해하는MD의 의미, 통상 전해 내려오는 MD의 종류와 일의 범위가 ‘요즘 MD’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 MD’는 브랜드 또는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기획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상품에만 국한된 기획으로는 MD로 일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이 공급과잉인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과거보다 MD가 할 일이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 본문 중에서. 

대중이나 트렌드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더 중요하다. 그에 따라 자신이 보완해야 할 역량, 갖춰야 할 태도,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편집자라는 직업 역시 과거와는 성격이 꽤 많이 달라져서 기획 단계부터 마케터의 감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팔리는 책'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 좋은 글의 정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합한 저자와 적합한 글의 정의는 몇 년 전, 아니 거의 1년 단위로 변해가고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시대에 '다른 사람의 일'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일을 되짚어보는 것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시간이자 기회가 아닐까? 나는 이러한 마음으로 <MD의 일>이라는 기획서를 보내준 저자에게 망설이지 않고 만나서 출간을 논의해보자는 메일을 보냈다. 


잘 쓴 기획안은 잘 뻗어나가는 안타와 같다. 첫 미팅 이후 모든 일은 막힘 없이 진행되었다. 저자는 버거운 마감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편집자의 수정요구에 맞게 모든 원고를 잘 고쳐주었고, 자신의 전문성과 생생한 경험과 독자를 향한 진심까지 남김 없이 담았다. 수비수와 수비수 사이로 뚝 떨어지는 공처럼 독자의 마음 어딘가에 확실히 떨어져야 할 텐데, 이제 시장에 나왔으니 부지런히 알리고 평가받을 일만 남았다. 판매부수만이 평가의 기준은 아닐 것이고, 저자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지혜로 쓰이길 기대해본다.  


책의 '프롤로그'는 독자를 향한 저자의 인사말이자, 책이라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독자만 프롤로그를 읽으며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 역시 프롤로그를 읽으며 괜한 뭉클함을 느낀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프롤로그를 여러 번 고치며 첫 번째 독자인 나를 감동시켰다. 일과 삶, 성장이라는 흐름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그의 말이 마치, 쏘스 시리즈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과 삶, 성장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MD만이 아닌 '요즘' 직장인의 미덕이자 역량일 테니. 


일과 삶의 균형을 소중히 여기는 시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개인의 실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MD라는 커리어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단순히 회사에서 MD로 일하는 것뿐 아니라 나중에 자신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온오프라인에서 어떤 형태로든 고객경험을 만드는 사람들, 커리어라는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들에게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기획MD와 바잉MD, 세일즈, HR을 거쳐 다시 바이어, 브랜드 기획자로 활동한 20여 년의 커리어 동안, 여러 브랜드를 론칭하며 MD의 다양한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다. 매 순간 경험한 새로운 세계에서 배움과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지난 경험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들려줄 촘촘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경험을 설계하는 자기 영역의 MD로서, 일과 삶, 성장이라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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