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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Jun 15. 2021

결국, 글이 되는 생각에 관한 이야기

<글쓰기의 쓸모>  북스톤 4호 규디터의 편집후기

‘눈물을 닦으면 에피소드’라는 말이 있다. 눈물이 나는 그 상황도 결국엔 지나가고, 나중에는 에피소드가 된다(그러니 토닥토닥)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에피소드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말이지만 거기까지 못 가곤 했다. ‘눈물’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닦으면’에서는 옷소매로 씩씩하게 눈물을 닦는 사람이 생각나서 같이 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쓸모》 손현 작가의 글을 읽고 편집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선, 결국엔 ‘에피소드’라는 말까지 끌고가는 그 과정을 곁에서 생생하게 지켜보다 용기를 얻어 이 글을 쓴다.


이 책을 기획하고, 북스톤의 쓰기클럽(지금은 재정비 중이다)을 기획, 진행한 북스톤 2호와 함께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게 뭘까, 잘 쓰고 싶다 등 철학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욕망(!)부터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이미 잘 쓰지만 앞으로도 잘 써야 하는 작가에게 편집자로서 해줄 수 있는 것 등 실질적인 업에 대한 고민까지. 이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결국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


“오래, 잘 쓰는 비결은
단상, 필사, 캡처 등 한 문장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태도에 있지 않을까.”


<글쓰기의 쓸모>는 결국엔 글이 되는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단상, 사진, 필사, 캡처 등 언제 이리 모았나 싶은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분명 그냥 하진 않았다. 어떤 순간적인 감정이 동했든, 누군가가 떠올랐든,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였든, 평소에 해본 적 없던 생각이었든, 이유가 있다. ‘그냥 멋있어 보여서 모았는데요?’라고 말한다면, ‘왜 멋있어 보였죠?’라고 묻고 답하고, 그것을 글로 쓰면 자신의 글이 된다고 ‘보여준다’. 손현 자신의 경험, 시행착오, 슬픔과 기쁨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가 된 글의 초안을 건네받았을 때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적어도 열 개 이상의단상 혹은 구절, 메모들을 봤다. 각각 다 달라서 분명 한 편의 글은 아니었는데, 묘하게 하나였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결국 ‘생각’. 양수현과 손서우를 생각하며 모아놓은 짧은 문장들을 쌓아올려 한 편의 글로 만드는 과정을 본 셈이었다. 짧은 한 문장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그 모습에서, ‘오래 쓰겠구나’ 했다. 콘텐츠나 글을 짓는 사람들이 종종 갖는 ‘오래 할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확실히 떨칠 수 있었다.(물론, 실천하는 건 다른 문제다.) 


프롤로그에도 나와있듯 이 책이 기획될 당시 가제는 ‘쓰기 vs 잘 쓰기’였다. 솔직히 놀랐었다. ‘잘’ 쓰기라니. ‘마감만 맞춰도’, ‘눈물 정도는 쏙 빼야지’, ‘도대체 잘 쓴다는 건 누가,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거야’… ‘잘’ 그 한 글자가 의미할 수 있는 범위의 끝과 끝을 오가다가 결국 《글쓰기의 쓸모》가 나왔다. 

알려진대로 폴인에 ‘에디터의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후 정리되어 실린 글은 결국 ‘쓰기’, 글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더해 ‘잘 쓰기’, 결국 글의 내용이 되는 생각과 생각을 쌓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눈물을 닦을 용기도 담겨 있었다. 이제 당신의 에피소드를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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