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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Sep 10. 2022

나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가

워케이션에 대한 생각 1.

편집자의 주요한   하나는 상대와 ‘공통된 이미지, 생각떠올리고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누가 됐든 생각의 교집합 찾기라고 해야 하나. 사실 편집자가 아니어도 이러한 ‘생각의 합의 평생 혼자 살지 않는 다음에야 버려둘  없다.

이를테면 “맛있는  먹으러 갈까?”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스타일리시한 요리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집밥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동네 맛집 대표작일 수 있으니.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살면서 합의해야   어디 한두 가지일까. 그러니 법으로 규정하거나 상식의 범주에 넣는 거겠지. 문제는 법이나 상식으로 해결을   없는 것들이다. 결혼생활 1~3년차 부부의 싸움처럼, 잘못한 주체는 없는데 잘못된 결과로 남는. 일하면서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대체로 생각의 차이와 합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동료 편집자와 부산에 워케이션을 갔다. 가자고 한 것도 나였고 숙소를 정한 것도 나였다. 나야 동료라고 썼지만 그 친구는 졸지에 대표랑 먹고 자야 하니 마냥 편치만은 않았을 텐데 나름 별 탈 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마감도 잘하고, 먹기도 많이 먹고 수다도 떨고.  

그러한 와중에 내가 조금 놀랐던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장면)은   친구가 굉장히 똑바로 앉아서 일한다는 사실이었다. 숙소의 책상 내지는 테이블, 카페에서도 휴식보다는 업무모드에 적합한 의자혹시  때문에 그렇게 바른 자세로 일하는 건가 싶어서 물어보니 원래 일할 때는 그런 편이라며, 어느 카페에서도 의자에 파묻혀서 일하는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억을 뒤져보니 ‘일하는 모습’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꽤 달랐다. 작은 조직인 우리 회사만 해도 각양각색이다. 내가 그리는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란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침대에 앉아 업무를 파악하는 것, 이왕이면 사방이 트인 곳에서 에어팟을 꽂고 앉아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이동하거나 회의하면서 날아오는 메신저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것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워케이션을 조금씩 시도하고 그 범위를 넓히려는 것도, 내가 그리는 ‘일하는 모습’에서 삐져나온 다짐에 가깝다. 어차피 일할 거라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면 좋지, 매일 회사에 출근해야 할까? 일하는 환경을 바꾸면 생각도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몇 번의 시도를 해본 결과,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워케이션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구성원들의 신뢰나 워케이션에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는 둘째 치고, 앞에서 말했던 생각의 합의 때문이다. 일에 대한 정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 좋은 생각과 이미지에 대한 합의 등등. 어쩌면 워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껏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서 공통된 경험을 만들어갈 때 겪는 문제일 것이다. 비대면과 대면의 문제도 아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생각의 주파수가 다르면 일은 산으로 간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아니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추석연휴를 겸해 열흘 간의 휴가를 내고 싱가폴에 왔다. 사진을 취미로 삼은  거의 처음으로 라이카를 버리고 아이폰 하나로 버티는(?) 여행을 한다. 아침에는 현지인 흉내를 내고, 점심에는 관광지를 떠도는 여행객이 되었다가 저녁에는 퇴근  직장인이 되었다가, 가끔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때리는 시간을 보낸다. 가끔 일도 한다.


오늘은 싱가폴 강변의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에어팟을 꽂고 책 읽고 글을 쓰니 분당 카페 같기도 하고 양재천 같기도 하다. 나는 과연 내가 바라던 모습대로 일하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과 합의를 논하기 전에, 우선 나 자신과의 합의를 봐야겠다. 아무쪼록 이에 대한 해답, 아니 모법답안을 들고 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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