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_ 필립 로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한 남자의 삶과 죽음을 그렸지만, 사실은 제목 그대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책장을 덮고 나면, 주인공의 고통과 후회가 단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 삶에도 드리워질 수 있는 그림자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이자 남편, 형제이자 아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고독을 견디기 위해 몸부림쳤다. 질투와 미움, 사랑과 그리움, 배신과 후회—그것들은 모두 그의 삶을 구성한 불완전한 조각들이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을 향한 질투조차도 결국은 자신이 가진 병약함과 허무를 버텨내려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단지 개인의 욕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얽혀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만 좇고, 좋아하는 것만 붙드는 삶이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일지라도, 결국 주변 사람들의 상처와 가정의 책임을 외면한 대가를 피할 수 없다.
[에브리맨]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렇게 살았을 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책 속에서 두 번째 아내 피비의 말은 단순한 부부 사이의 다짐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모든 일의 기초는 신뢰야.”
신뢰가 무너진 삶은 공허하다. 그의 아들들이 일흔이 넘은 아버지를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비난만 했던 것도, 결국은 깨어진 신뢰의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로서 그가 남긴 것은 유산도, 성공도 아닌 불신과 상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실패한 한 인간을 통해 자신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는 지금 어디에 삶의 무게를 두고 있는가?
돈과 건강, 명예와 쾌락에만 머물러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남을 것은 허무와 공허일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신뢰를 심고, 가정과 관계 속에서 사랑을 지켜냈다면, 그 흔적은 죽음 이후에도 남아 누군가를 지탱할 것이다.
[에브리맨]은 죽음을 통해 삶을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삶이란 결국 언젠가 사라질 유한한 여정이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나의 욕망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과 신뢰 속에서 함께 살아갈 것인가.
삶의 진정한 의미는 거창한 성취나 영광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 곁에 남아줄 수 있는 관계와 신뢰의 무게에 있다. 그것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남겨야 할 가장 인간적인 흔적일 것이다.
삶은 언젠가 스러질 불꽃이지만,
죽음은 삶을 비추는 마지막 거울이지만,
그러나 결국 사랑만이 흔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