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독서 모임이 내게 남긴 것

나를 비우고 채우며 빚어가는 여정

by 서수정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건 나의 생각을 멈추고, 상대의 말을 흙처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배웠다.
경청은 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라는 것을......

독서모임은 그런 수련의 자리였다.
모임마다 새로운 목소리와 시선이 섞였다.
누군가는 책 속 문장에 울었고, 누군가는 현실의 냉정함을 이야기했다.
서로의 말이 엇갈릴 때마다 나는 내 안의 그릇이 조금씩 넓어지는 걸 느꼈다.
그건 마치 도공이 흙을 빚어 단단하고 고운 항아리를 만들어가는 일과 닮아 있었다.
타인의 생각은 그 흙이었고, 나의 인내와 경청은 그것을 빚는 손이었다.


물론 모든 시간이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질투의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었고, 의도치 않은 말이 마음을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 감정이 내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나는 천천히 걸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동안 마음속의 탁한 생각들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걷는 일은 생각을 맑히는 일이고, 책은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사람의 말속에는 그 사람의 상처가 숨어 있고, 그 상처를 알아차릴 때 비로소 진짜 공감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를 향한 불편한 시선조차도 이제는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건 나를 더 낮추고, 겸손의 자리에 머물게 하는 삶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책은 내게 지식을 넘어 태도의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사람은 그 태도를 실천하게 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감정이 부딪혀도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일.
그건 독서보다 더 깊은 공부였다.


독서모임은 단지 책을 읽는 자리만은 아니었다.
그건 나를 비우고 채우며 다시 빚어가는 삶의 도예 시간이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통해 나 자신을 배워가는 여정이었다.

책은 여전히 나의 일상이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나의 과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느껴진다.

그 모든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고요한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 16화15화] 오프라인 모임의 현장감과 박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