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오프라인 모임의 현장감과 박진감

다독다독 & 책수레

by 서수정


책을 읽는 일은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일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그 에너지를 처음 느낀 곳이 바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이었다.


다독다독, 그리고 책수레


‘다독다독’은 내가 계룡으로 이사 온 뒤
“이 동네에도 책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밴드에 글을 올리며 시작된 모임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금세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일상보다도 책에 담긴 진심으로 대화했고,
그 진심이 우리를 하나로 엮었다.
또 하나의 기억, ‘책수레’라는 경제 독서모임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주식의 세계를 배웠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매달 한 주씩 사보며
경제의 원리를 몸으로 익혔다.
주식이 사람을 망치게 한다는 말이 틀렸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돈을 다루는 법, 기업을 보는 시선,
그리고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까지 —
책은 언제나 삶을 가르쳤다.

함께여서 더 빛나는 순간들 오프라인 모임의 장점은 무엇보다 “현장감”이었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고, 웃음이 터지고,
누군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그 생생한 공기.
화면 속으로는 결코 전달되지 않는 사람의 온도가 있었다.
모임이 1년을 맞이하던 해, 우리는 입암저수지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바비큐를 굽고, 보물 찾기를 하고, 내 생일이라며 준비해 준 케이크와 감사장을 받았을 때,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좋아해서 모임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고마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순간, 책이 이어준 인연의 깊이를 실감했다.
물론 이별도 있었다.


마음이 맞지 않아 떠난 이들도 있었고,
그때마다 마음 한쪽이 허전했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더 단단해졌다.
서로를 위로하고, 감정의 온도를 맞춰가며
조용히 관계를 다듬었다.

책수레는 내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해에 멈췄다.
“이제는 쉬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
나는 아쉽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공백의 시간은
내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몸이 회복되자 다시 책을 펼쳤고,
다독다독은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2025년 여름, 우리는 전주로 도서관 투어를 떠났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작은 숲 시집 도서관’의 그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 웃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커피 향이 어우러진 그 공간에서 나는 깨달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결코 혼자가 아니구나.’


이제 다독다독은 네 해째를 맞았다.
그동안의 웃음과 눈물, 이별과 재회의 순간들이
모두 이 모임의 한 장이 되어 쌓였다.
나는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그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한다.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는 이 시간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이전 15화14화] 화면 너머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