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깨적글 독서모임
처음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했을 때,
나는 화면 너머 사람들과 마음이 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며 댓글을 남기고,
때로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서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는 분명한 온기가 있었다.
말 한 줄, 웃음 하나에도 진심이 묻어 있었고,
책을 통해 이어진 관계는 생각보다 깊었다.
‘본깨적글’ 모임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대화는 점점 더 따뜻해졌다.
화면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하루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동료가 되었다.
서울역 근처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던 날,
우리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웃었다.
양원근 대표님(엔터스 코리아)의 제안으로 열린
림태주 작가님의 강연 겸 독서모임 자리였다.
오랫동안 화면으로만 보던 얼굴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웃고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고, 책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의 대화를 실제로 이어 붙이듯 이어갔다.
그날의 공기는 지금도 기억난다 —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고, 편안하고,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리고 우리는 진주에서 다시 만났다.
경남 고성 앞바다의 ‘행울펜션(행복해서 울어본 적 있나요)’.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또 책을 읽었다.
저녁이 되자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삼겹살 냄새가 불빛과 함께 공기 중에 번졌다.
누군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의 첫 문장을 꺼냈고,
누군가는 오래 묻어둔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그날 우리는 각자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심었다.
아직 그 책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온기와 약속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각자의 도시로 흩어졌어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요즘은 괜찮아요?”
“건강 잘 챙기고 있죠?”
짧은 톡 하나,
밴드의 글 한 줄에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묻어 있다.
두 주에 한 번씩 온라인에서 만나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다.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저 익숙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 화면 너머의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책이 우리를 연결했고, 그 인연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빛이 되었다.
멀리 있어도 가까운 사람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기.
그것이 바로 내가 책과 사람에게서 배운
가장 큰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