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마음의 문을 닫는 것부터 익힌 삶

연결을 미루어 온 시간

by 서수정


그녀는 늘 쾌활해 보였다.
웃음과 말투는 경쾌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편이었고, 처음 만난 이들과도 금세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어느 순간이 오면 반드시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해지면, 대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상대의 기대가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녀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융통성을 부리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는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닳아가는 감각을 아주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모닝커피 한 잔을 함께하자는 말도,
별 의미 없이 이어지는 메시지도 그녀에게는 설명해야 할 또 하나의 책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자주 거절했고, 그 거절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타인을 신경 쓰는 일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남의 기분을 잘 읽었고,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배려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그녀는 아예 관계를 끊는 쪽을 선택했다.
불편해질 바엔 혼자가 낫다고, 상처받을 바엔 문을 닫는 게 낫다고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지켜왔다.
그날 밤도 별다를 것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녀는 무심코 창가에 켜진 불빛을 보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의자 하나, 조용히 놓여 있는 그 자리가 이상하게도 오래 눈에 남았다.
마치 누군가를 부르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자리처럼.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설명하고 싶지 않았고, 이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는 순간, 생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그녀 역시 허리에 힘이 풀리고,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늘 긴장 속에 버티고 있던 몸이 비로소 자리를 허락받은 듯했다.
처음엔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편안해지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던 생각들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사라져야 할 타이밍을 재던 마음,
다음 거절을 준비하던 감각이 조용히 물러났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 사실을 깨닫는 데 그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루미는 그 모습을 조명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날개를 접은 채, 눈을 감고 그녀의 숨결이 조금 느려지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루미는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너무 오래 단단하게 만들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혼자가 편했던 것이 아니라, 혼자여야만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그래서 루미는 다가가지 않았다.
보듬지도,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가 그녀를 더 이상 시험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그녀는 아주 작게 한숨을 놓았다.
마치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잠시 내려놓은 사람처럼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입가에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미소도 스쳤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 밤만큼은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자신으로 머물 수 있었다.
루미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잠시라도 취할 수 있는 휴식의 맛을 본 것으로 그녀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혼자가 편했던 사람도 사실은 쉬어도 괜찮은 자리를 한 번쯤은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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