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로 남기고 싶지 않았던 선택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의 눈은 위로처럼 조용했고, 변명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요양원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엄마를 집으로 모셨다가, 다시 보내야 했던 날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날이었다.
그녀가 엄마를 집으로 모시기로 한 건 효도라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서 늘 힘들어하던 엄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사람이 달라졌고, 엄마는 늘 그 앞에 먼저 서 있었다.
딸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집이 더 망가지지 않게 하려고, 엄마는 오래도록 대신 맞아왔다.
힘이 넘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셨고, 너무 빠르게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마음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후회가 남았다.
'그때 조금 더 잘해드렸다면.'
'그 시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엄마만큼은 아버지처럼 갑자기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후회로 남을 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엄마를 집으로 데려오게 했다.
처음에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사랑은 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가능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엄마의 기억은 점점 빠져나갔고, 몸은 말을 잃었고, 하루 스물네 시간은 쉼 없이 요구되었다.
그녀는 하나씩 삶을 접었다.
사람을 줄이고, 약속을 끊고, ‘나중에’를 말하며 참아냈고 자신의 자리를 비워냈다.
결국 그녀는 손을 들었다.
포기라기보다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엄마를 다시 요양원으로 모셔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루미의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이 터질 때까지 울었다.
소리는 없었고, 멈춤도 없었다.
그녀는 엄마를 모시면 자신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질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짐은 사라지지 않았고, 형태만 바뀌어 다시 돌아왔다.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었고, 그래서 더 무거웠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어깨를 내려놓았다.
울음이 멎은 자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피로와 말없이 남아 있는 후회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때 루미는 접었던 날개를 조심스레 펴서
그녀를 살짝 안았다.
붙잡지 않고, 끌어당기지 않고,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만 조용히 전해주듯이...
이 밤이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밤이 되도록.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버티기만 하던 마음을 의자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사랑은 끝까지 붙드는 일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알아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