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지만, 각자의 삶을 바라보며
그날 밤, 그녀는 루미의 의자에 앉았다.
집은 고요했지만, 고요함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품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제 삶으로 흩어진 뒤, 그녀와 남편의 하루는 단순해졌다.
같이 밥을 먹고, 뉴스를 보고, 같은 시간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누가 보아도 무난하고 안정적인 삶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쪽에는 쉽게 말로 옮기지 못한 질문이 오래 머물러 있었다.
무엇을 하든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 옷이 괜찮은지,
이 선택이 맞는지,
이 약속을 잡아도 되는지.
처음에는 그것을 다정함이라 여겼다.
함께 결정하려는 태도, 가정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믿었다.
결혼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떠난 뒤, 그 질문들은 점점 더 잦아졌고 그녀의 하루 깊숙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에게 말해보았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해보라고,
옷도 혼자 골라보고,
친구도 만나보고,
당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음 날도 여전히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때?”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그의 삶까지 대신 살아주고 있다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숨은 조금씩 가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취미도 있었다.
한두 가지쯤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삶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미안해졌다.
혹시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덜 즐거운 하루를
살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되었다.
그녀가 바깥에서 숨 쉬는 동안 그는 집 안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닐지, 그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역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스스로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 바람이 희망인지, 아니면 너무 늦은 기대인지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루미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화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더 오래 견뎌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루미는 접었던 날개를 조금 펼쳐 그녀의 등 뒤에 조용히 머물렀다.
붙잡지도, 떠밀지도 않았다.
다만 이 마음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밤의 공기처럼 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정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 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랑해서 물러서고 싶은 마음도 사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사랑은 곁에 머무는 힘만큼, 상대의 삶을 믿고 한 걸음 비켜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