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_룰루 밀러
세상은 질서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니면 혼돈일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나는 계속 이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름을 붙이고 분류한다. 나무, 꽃, 새, 물고기. 이름이 붙는 순간 세계는 조금 더 또렷해진다. 그러나 이 책은 조용히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책 속의 인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평생 물고기를 연구한 분류학자였다. 그는 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을 관찰하고 이름을 붙이며 세계의 질서를 찾으려 했다. 자연의 혼돈 속에서도 인간의 이성은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생물학에서 ‘물고기’라는 분류는 하나의 완전한 계통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이름이 사실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범주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질서는
얼마나 실제 세계와 닮아 있을까.
조던은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수천 종의 생물을 분류하며 자연을 이해하려 했다. 그런 집요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질서를 향한 믿음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생명에 위계가 있다고 보는 사고, 그리고 인간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 그가 지지했던 우생학은 바로 그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질서를 향한 믿음은
언제 과학이 되고
언제 위험한 확신이 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오래 머물렀던 장면이 있다. 바로 민들레 이야기다.
민들레는 흔히 잡초라고 불린다. 뽑아내야 할 풀, 정돈된 정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 그러나 누군가에게 민들레는 꽃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약초이고, 봄을 알리는 작은 생명일 수도 있다.
책 속의 문장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을 가질 수 있다. 인간들, 우리도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기준을 만든다. 더 우수한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성공적인 것. 그리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들을 쉽게 주변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민들레는 말한다.
세상에는 하나의 기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던이 찾으려 했던 질서는 인간이 만든 하나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민들레 역시 또 다른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삶일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함이라는 사다리를 상상한다.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민들레는 그 사다리를 가만히 무너뜨린다. 사다리 위에 서지 않아도 생명은 살아갈 수 있다고. 심지어 아주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들레는 여전히 피어난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 속에서.
혼돈 속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