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너머의 것들

모든 것을 가격으로 매길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by 북수돌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며, 내가 겪고 있는 작고도 분명한 균열들이 떠올랐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배려, 책임, 신뢰. 내가 무너뜨리거나, 어렵게 지켜내는 것들이다.


이상할 만큼, 요즘 내 주변의 관계들이 낯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서 이동으로 근무지가 바뀌고,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과 관계가 종결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내가 5년간 다니던 미용실의 미용사마저 이사를 가버렸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조용히 자리를 옮기는 걸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남긴다. 가까웠던 거리들이 이유 없이 멀어지고, 그 이유를 묻는 일마저 어색하다.


좋은 관계는 조건 없는 선의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때로 어떤 선택이 설명 없이 내려지기도 하고, 한쪽만이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관계의 향방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순간, 거리는 조용히 멀어지기 시작한다.


'기회'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윤리의 기준으로 보면 가장 큰 손실을 남긴다. 이타심이나 배려 같은 것이 '사소한 미덕'이라 여겨질지라도 그 사소함 없이는 어떤 관계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더 효율적으로', '더 합리적으로'라는 명분 아래 관계를 도구화하고 신뢰를 생략한다. 그러나 그 모든 효율이 완성된 자리에 남는 건, 정작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닐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작고 투명해서, 우리가 잃을 때까지 잃은 줄도 모른다. 나는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야말로 시장에서 절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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