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뛰어?
김상민 <아무튼, 달리기>
어느덧 풀마라톤을 4번 완주했다.
기록은 빠르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엄청나게 재밌는 시간도 아니다.
도착해도 마법 같은 변화는 없다.
몸은 고되고, 메달은 그저 쇳조각이다.
그런데도 나는 또 신청서를 썼다.
10만 원을 내고, 몇 시간 동안 달릴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순간의 허무는 피하는 게 아니라 견뎌야 하는 것이라는 걸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살을 빼고 싶었다.
코로나 이후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그래서 헬스장에 등록했다.
트레이너가 유산소 운동도 하라고 해서, 러닝머신 위를 걷고 뛰었다.
그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3년째 뛰고 있다.
처음 마라톤에 나간 건 회사 선배의 권유였다.
10km 대회를 앞두고, 혼자 야외에서 연습했다.
혼자 뛰는 내 모습이 왠지 멋진 것 같았다.
완주하고 나서는 러닝크루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달리기가 일상이 됐다.
달리기는 간편하다.
시간, 장소, 장비, 규칙이 거의 없다.
혼자 해도 되고, 함께 해도 좋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그냥 내 속도대로 달리면 된다.
그래서인지, 지루하다.
트레드밀 위에서 30분을 똑같이 움직이면, 다람쥐가 된 기분이다.
아무리 예능을 틀어도 시간은 안 간다.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싶다가도, 또 뛴다.
운동 중에 가장 간단하니까.
그리고 땀 흘린 뒤의 개운함은 분명하니까.
크루 활동을 하면서, 달리기를 더 좋아하게 됐다.
같이 뛰면 더 재미있었고,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늘 달렸다.
그 시절의 풍경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지금은 다시 혼자 뛴다.
혼자일 땐 빠른 음악을 듣는다.
비트에 발을 맞추면 생각이 줄어든다.
누군가와 함께 뛸 땐 음악 없이 뛰는데, 그게 더 빨리 시간이 간다.
말을 주고받으며 숨차지 않을 정도로.
달리는 동안 생각이 사라지는 것도 좋다.
대회에 나가면 목표는 단순하다.
멈추지 않고 완주하기.
결승선이 보이면 300미터쯤 앞에서 속도를 끌어올린다.
그 순간 심박수는 190을 넘는다.
고통스럽지만, 결승선을 통과하고 멈추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아,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근데 그게 끝이 아니다.
풀마라톤을 뛰고 나면, 다음 날엔 회복 러닝을 해야 한다.
40km를 뛴 다음 날, 다시 40분을 뛴다.
안 뛰면 후유증이 더 오래 간단다.
말도 안 되지만, 또 뛴다.
해장술 같기도 하다.
달리기를 한다고 삶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무를 견디는 리듬이 생겼다.
그 리듬 위에 다시 하루를 올려놓고, 나는 또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