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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주의 거부증 like

순간의 아름다움만으로 삶이 충분할까?

by 북수돌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모든 것에 이유를 빼앗는, 허무주의를 싫어한다.

무심함, 고독, 텅 빈듯한 그것을 아름답다 말하며 잠깐의 울림을 탐닉하는 것.

다 무언가를 손에 쥔듯하지만 실상은 빈손인 것.

시간은 지나가기만 하고, 사람들은 스쳐가고, 손에 잡히는 건 없고.

허무라는 것은 쉽게 다가와 모든 것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남겨진 흔적들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설국 속 시마무라의 생활은,

마치 아름다운 장면들을 이미지로 담아 감상하며 흘려보내는 날들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그저 잠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일 뿐이다.

고마코와의 만남을 찬란하게 묘사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그녀와 함께 있는 순간조차 이미 떠날 길을 향해 있다.

고마코의 곁에서, 눈으로는 요코를 훑고, 마음은 간데없다.


덧이 없는 삶, 내리는 눈발, 그 속에 흩날리는 감정들.

찰나라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런 감정으로만 사는 시간들은 결코 삶을 이루는 조각은 될 수 없다.

무의미한 것들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고 싶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찾고 쌓아가는 노력.

덧없음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을 고르고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도 삶의 일부로 남기는 것.

이것이 내가 허무주의를 거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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