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한강 <소년이 온다>
군인은 무엇을 지키는 존재인가? 권력인가, 국민인가?
아니면 권력과 국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국가라는 이름의 순간적 정의인가?
지난밤, 비상계엄 속 헬기를 타고 여의도에 내린 무장군인들이
시민을 밀치다가도 어깨를 다독였다.
그 기묘한 대비가 사람들의 마음에 혼란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 가족인 그 군인들은 명령 한 마디로
또다른 우리 가족에게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었음을.
앞선 질문에 '소년이 온다'는 정면으로 마주한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경들은 상부 명령에 따라 시민을 진압했다.
그들 역시 처음에는 갈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폭력에 무뎌지고, 끝내 살인 기계가 되어갔다.
그중 일부는 명령을 소극적으로 따르거나,
이후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그들도 인간이었으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시 전남 경찰국장 안병하 경무관처럼 명령에 끝까지 불복한 사례는 희미한 가능성을 남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결국, 중요한 건 선택이다.
무기를 들어 권력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내려놓고 사람을 지킬 것인가?
'소년이 온다'는 다 지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선택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지금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