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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록, 역사의 쓸모

역사는 우리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by 북수돌


최태성 <역사의 쓸모> (25. 2. 3~2. 5)


"역사가 지금 우리가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돼?"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아닌가?

그런데 그 당연한 걸 왜 중요하냐고 묻다니.


나는 순간 당황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부한 말을 꺼냈다.

"우리는 역사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내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나는 역사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왜 중요한지를 논리적으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사의 쓸모>를 읽었다.

최태성 선생님은 말한다. (작가보다 선생님 호칭이 익숙하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힘이라고.


내가 왜 역사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결국 인생은 끊임 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순간마다 늘 고민에 빠진다.

쉽고 편한 선택을 할 것인가, 불편하고 옳은 선택을 할 것인가.


역사를 보면, 근시안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에 따라 내린 선택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반대로, 지금 당장은 손해가 따르고, 심지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선택이라도

미래를 보고, 전체를 위해 내린 선택은 결국 옳았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친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는 너무 작은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야말로 '킹받았다'.

과연 그럴까? 나에게 소중한 역사가, 왜 그에게는 하찮은 것일까?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현재를 만들었는지를 본다.

민주주의, 법, 과학, 문화, 심지어 우리가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환경까지도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만약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나 역시 좁은 시야 속에서 당장의 선택을 고민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그 순간에도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해도,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역사가 가르쳐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 길을 찾게 된다.


이것이 결국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대답이다.

과거를 모르면, 현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도 없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를 때, 역사는 우리가 남겨야 할 선택을 알려주는 흔적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역사를 좋아했다.

읽고 난 지금은 더욱 확신이 생겼다.

여전히 누군가는 역사를 쓸모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선택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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