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의 이해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설령 그를 깊이 사랑한다 해도

by 북수돌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25. 2. 5~2. 7)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여자 없는 남자들, 드라이브 마이카-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사랑한다고 해서 가능할까?

가불가로 보자면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불가능이 꼭 절망적인 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이해라는 건 결국 '내가 가진 언어와 경험 안에서 상대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도 한 조각일 뿐이다.

상대방이 가진 경험, 생각, 감정의 총체는 내가 결코 전부 알 수 없다.

게다가 사람은 자기 자신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로는 본인조차 자기 속마음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랑하면 상대를 더 깊이 알고 싶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깊이 사랑할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했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왜 이렇게 생각하지?'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라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과정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

그 사람이 가진 모순까지도 받아들이려는 것.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는

사랑했던 여자를 잃은 남자들이, 그 여자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한다.

사랑이란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는 그 과정 자체가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택의 기록, 역사의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