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유시민 <글쓰기 특강> (25. 2. 10~2. 12)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글쓰기가 두려웠다. 초등학생 때 논술 과외를 했지만, 형식에 맞춰 글을 쓰는 게 어려웠다. 대학 입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논술 시험에서 반바닥도 못 채우고 나온 경험이 있을 정도로, 글쓰기는 나에게 늘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에 들어갔다. 잘 쓰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학보사에서 배운 것은 멋진 문장을 만드는 법이 아니었다.
기사는 간결해야 했다.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하게 핵심을 전달해야 했다.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 태도가 바뀌었다. 화려한 표현을 좇는 대신, 한 문장을 쓰더라도 단단하게 쓰려고 했다. 대신 제목과 첫 문장은 신경 썼다. 독자가 글을 읽게 만들려면, 시작이 강렬해야 했다. 이 습관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쓸 때 고민이 많았다.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감성적인 표현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으며, 내 글쓰기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는 ‘주장과 취향을 구별하라’고 말한다. 나는 과거에 이 구별이 어려웠다. 누군가 단순히 ‘나는 이런 스타일이 좋아’라고 말해도, ‘그건 틀렸다’고 반박하곤 했다. 마치 옳고 그름이 있는 문제인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대의 취향을 인정하는 것이 논쟁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걸 이제 안다.
또한, 글쓰기 특강은 ‘논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장이 있다면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논증 없이 감정에 기대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단어가 멋있어 보이면 그럴듯한 글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논증이란 단순히 주장에 근거를 붙이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과정 자체가 논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인 글을 쓴다고 해도, 그것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좋은 글은 ‘쉽게’ 쓰여야 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때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때 학교 도서실에서 혼자 책을 읽었다. 어려운 책도 있었지만, 정말 좋은 책은 언제나 쉽게 읽혔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중2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글을 쉽게 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짧고 명확하게 쓰려면,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야 하고, 핵심만 남겨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렵다.
특히 회사에서 글을 쓸 때 더욱 그렇다. 나는 불필요한 외국어나 한자어를 지양하는 편인데, 회사에서는 정반대다. 보고서에는 딱딱한 표현과 어려운 용어가 넘쳐난다. 그래서 한 번은 간결하게 쓰려고 했는데, 상사에게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써도 의미는 같지 않냐'고 했더니, 상사는 '그래도 보고서 글쓰기라는 게 있다"고 했다. 왜 실생활에서 잘 쓰지도 않는 한자어를 굳이 써야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직장에서는 내 취향보다 관습이 우선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의’를 많이 쓴다. ‘사랑의 이해’, ‘선택의 기록’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게 일본어투라는 지적도 받지만, 나는 이 방식이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감성을 완전히 배제한 글이 좋은 글일까? 유시민은 논리적 글쓰기를 강조하지만, 나는 여전히 글에는 온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특강을 읽고 나서, 논리와 감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생각의 방식이고, 태도다. 나는 앞으로도 쉽고 명확한 글을 쓰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감각도 놓치고 싶지 않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글쓰기 특강을 읽으며 어느 정도 답을 찾았지만, 아마 글을 쓰면서 그 답은 더 다듬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