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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확실한 럭키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by 북수돌

서은국 <행복의 기원>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화 하나가 나를 깊은 생각으로 이끌었다.

친구와의 단순한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인간은 왜 본능을 억누르며 살까?"라는 말이 나를 붙잡았다.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 달리고, 책을 읽고, 삶의 의미를 붙들고자 하는 걸까?

세상은 대부분 평범한 것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는 게 인간다운 것인지 아니면 그저 헛된 몸짓인지.


어제 퇴근길, 버스정류장이 아닌 회사 건물 바로 앞에 잠깐 멈춘 버스.

나는 마치 행운처럼 버스에 올라탔다.

그 짧은 순간이 그날의 가장 큰 '럭키'였다.

어쩌면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

크고 웅장한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에는 작은 운과 우연에 기대며 하루를 이어가는 것.

그렇게 막연했던 질문들이 조금씩 선명해졌고,

나는 다시 내 삶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됐다.


친구는 겨울을 맞아 따뜻한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라 득템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하는 말이 또 묘한 울림을 주었다.

"평생 함께할 물건을 사고 싶다."

단순한 소비 이야기지만 하나의 물건에 삶을 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내가 지금 달리며 느끼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가볍고 때로는 엉뚱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늘 위안이 된다.

삶에 대해 고민하고 때론 무겁게 느끼는 모든 순간에도,

결국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된장찌개와 도토리묵 겉절이를 먹었다.

소박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따뜻함이다.

무엇을 위해 뛰고, 무슨 의미를 찾아다니든 간에,

결국에는 작은 기쁨 속에서 평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날씨처럼 흐리지만 잔잔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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