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와 허석은 사랑했을까?
은희경 <새의 선물>
이모와 허석의 관계는 끝내 설명되지 않았다.
이모가 허석을 사랑했는지,
허석이 이모를 사랑했는지,
언제 끝났는지, 누가 끝냈는지
그 무엇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관계에 대해 알 수 있다.
작은 말투 하나, 눈을 피하는 장면,
침묵 뒤의 행동들.
아이였던 진희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감정은 말보다 오래 남아 있었고
설명보다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오래된 상처처럼
이모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이모는 허석만 사랑하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들과도 애정 관계를 맺었고
어느 순간엔 다른 쪽을 향해 마음이 흔들렸다.
그 모든 감정의 결은
진희의 눈을 통해 살짝 비껴가듯 볼 수 있었다.
나는 빈틈을 메워가며 조용히 따라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무엇이 그를 밀어냈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감정은 그렇게 정리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너무 사랑해서 아픈 관계,
하지만 끝까지 놓지 못하는 관계,
혹은 너무 멀어져버린 관계들.
이모와 허석,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생긴 모든 이야기들이
그런 관계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
지나간 감정 앞에서 너무 늦게 터지는 눈물,
그리고 말하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마음들까지.
이 책이 잔잔하지만 큰 울림으로 남는 이유는,
그 모든 관계들이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 같다.
감정은 무르익는 것도,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남아있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