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일까 태도일까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이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냥 이미 누군가와 연애중이었으면 한다.
낭만적 ‘연애’보다, 편안한 ‘연애중’을 더 원한달까.
초반의 긴장감도, 감정을 탐색하는 일도 버겁다.
연애의 시작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계속 계산하게 만드는 과정이어서 더 힘들다.
설레야 할 타이밍이 오히려 피곤하게 느껴지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온다.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고,
자존심을 누르고, 때로는 물러서야 한다.
눈치를 보다가, 싸우고, 화해하고, 또 오해하기도 한다.
연애는 더 이상 설렘의 이벤트라기보다는,
피로를 동반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점점 시작이 어려워진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기술이며,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화려한 시작도, 완벽한 결말도 아닌, 그 중간.
낭만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해서 선택하는 일.
의외의 위로가 되었다.
가끔 헷갈렸다.
이 사랑은 정말 그 사람이어야만 가능한 걸까,
아니면 우연히 만난 사람을
내가 사랑하기로 마음먹어서 가능한 걸까.
51대 49 정도로,
지금은 후자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운다.
아마 다른 사람이더라도,
내가 마음을 열고, 함께 시간을 쌓았다면
비슷하게 사랑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이 마음이 덜 진실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애쓰게 되고,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려고 한다.
그 사람이 '운명'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매일 선택해왔기 때문에 이어진 것들.
나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계속 품어보겠다는 마음.
그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이었다.
사랑은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 아니라,
매일 덧붙이고, 쌓아가는 일이라는 말이
나를 덜 외롭게 만든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도,
서툰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이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한 내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