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한 알 한 알을 엮어 목걸이 하나를 완성해 본다.
나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책을 읽고 운동하고 회사와 집만 오가는 줄로 안다. 사실 틈새에는 티도 안나는 실적을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회사 일을 끝내고 연습실에 오면 힘이 풀려 30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리를 식힌다. 바로 앉아서 책을 들여다봐도 글씨와 내용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잠과 이길 수 없는 힘겨루기 싸움을 하느니 30분이라도 잠과 타협을 하면 두 시간 반 정도는 집중을 유지할 수 있다.
일주일에 약속과 휴일을 제외하고 5일은 무조건 연습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날은 뭘 해도 집중이 안될 때가 있다. 그렇다 해도 정말 아주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 10분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10대와 20대에 하지 못했던 혹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큰일이 난다고 하지 않던가? 어는 날, 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서 있는 채로 잠이 들어 예지몽을 꾼 듯,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계획 반, 질러버린 상황이 더해져 조금씩 안정되어 이제 3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혹은 해야 하는 건 폭포를 거스르는 일 같다. 폭포 밑 물줄기를 피해 안정적으로 파동 주변만 맴돌거나 멀리 떨어져서 멋진 경관을 감상만 할 수도 있다. 매번 오르지 못할 폭포를 정말 기어오르기 위해서 잡히지도 않는 물줄기를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 그런 영양가도 없고 항상 제자리인 일을 왜 굳이 하려고 하는 거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살아가면서 범주 안에 든 일을 다 할 순 없다. 24시간 시간 내에 뛰어난 멀티플레이어라도 하나에 집중하여 성과를 올리는 사람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의 목걸이에는 약 5가지의 다른 구슬들이 꿰어진다. 학생 때 미처 채우진 못한 학업의 아쉬움이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서도 계속 미련으로 남아 결국 백기를 들었다. 관심이 많았던 사회와 과학을 공부하고 외국어를 배우고 운동과 독서 등을 즐기고 마지막으로 기타에 내 왼쪽 손가락을 걸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배우는데 변한 게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초창기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는 건 내 마음이야, 누구에게 굳이 드러낼 필요 없고 잘하게 되면 알아서 드러나겠지 라는 생각으로 긴장감 없이 배웠다. 양치하고 세수를 하듯 그냥 시간에 맞춰 그 행동을 실천했다 라는 게 더 가까운 표현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나의 관심사나 내게 관심을 표하며 질문을 할 때, 솔직하게 대답하기가 꺼려지는 상황이 많아지고, 거짓말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솔직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많은 질문 폭격에 당황했지만, 나를 더 당혹스럽게 한 것은 많은 시간을 할애한 취미활동의 결과물을 보여달라는 관심의 눈초리였다. 상대방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혼자 만족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던 취미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시간과 돈만 버리는 일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 란 의구심이 들었고, 스스로 자신이 없어졌다.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사와 집만 오가는 사람으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낯부끄러웠던 이야기를 나눴던 여러 사람들 중 한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혹시 아직도 그 취미를 계속하고 있는지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라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만나 자신은 회사와 집 그리고 기타 문제들로 그렇게 할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고, 그렇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더니, 사람들은 성장을 원하지만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고 그녀는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지 말아요, OO 씨가 그 취미를 하고 싶은 건 분명 나중에 쓰일 일이 있어서 일거예요.' 라며 한마디를 남기고 시원하게 택시를 타고 떠나갔다.
그날 밤 그녀에게 나는 사석에서 하지 못한 감사 인사를 취기의 힘을 빌려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준 그녀에게 너무 감사했고, 어느새 시간의 목걸이에는 많은 것들이 꿰어져 있었다. 100% 진주가 아닌 돌이 꿰어져 빛이 나지 않는 목걸이라도 한 땀 한 땀 내 수고와 노력이 담겨있는 목걸이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이 돌을 잘 갈고닦아 진주가 아닌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다이아몬드를 품은 돌이어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조금 무리하더라도 나중에 더 후회하기 전에 지금 이렇게 배우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기에 가까운 글을 쓰더라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하루 더 버티고 아침에 피곤하더라도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회사에서 위태한 자리에 앉아 하루를 벌어먹고 살지만, 앞으로 좀 더 당당한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 알 한 알 닦고 목걸이에 꿰어본다. 시간이 지나 숨겨왔던 지난 과거들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날을 기대하고 또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