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앞서간 나이는 나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 년 전으로 나를 이끈다. 타임머신을 타지도 않았는데 바라던 과거로 돌아간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8살이 아니어도, 스무 살이 아니어도, 대학생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기뻤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 대가가 주어진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된다 해도 철없이 기뻤다. 구겨진 종이를 피고, 끄트머리만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펴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다른 색으로 칠할 수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졌고, 작은 찰나의 시간이 아주 다른 내가 될 것처럼 느껴졌다.
해가 바뀌는 날이 다가올수록 분주하고 바빠졌다. 약속한 날이 헛되지 않도록 자그마한 환영식을 열기로 했다. 새로 입힐 물감과 새로 그릴 밑그림과 도구들이 필요했다. 멈췄던 열차에 석탄을 넣고, 굳어있던 손가락을 유연하게 풀고 머릿속 서랍들을 정리했다. 새로운 다이어리에 아주 작은 시작점을 찍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미래의 점에 어떻게 닿을지 궁금해졌다. 풀린 실타래는 예전처럼 똑같이 엉킬지 그저 되감기만 한 추억팔이가 될지도 모를 불안한 마음도 조금 떼어 본보기로 삼았다.
오로지 변하는 건 나이뿐이다. 내후년 이 시간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그 미래를 삐뚤빼뚤 그려보기로 했다. 불협화음도 내어보고, 노이즈도 일부러 내본다. 후회가 없는 실수와 실패도 없는 리코딩이 될 수 없다. 눈물도 흘려 색이 바래는걸 바라도 보고 잘 마르게 다독여도 본다. 시곗바늘이 제자리를 찾아 흐르는 동안, 견디고 참았던 지난날을 달력에 다시 새겨본다. 맘 속 깊은 곳에 꺼내지 못한 말들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용기를 내어 건넨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처음 맞이 하는 것처럼, 봄이 지나 여름이 되고 가을에 잠깐 머물다 겨울이 다가오는 일상처럼 흔한 이야기가 되더라도 다른 결말을 꿈꾼다. 어쩌면 혹독한 추위에 손 발이 얼어붙는 날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봄이었구나'라고 깨달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지금의 내가 너를 찾아가 타이르고 위로해 줄 것이다. 찰나의 모퉁이에 만발한 벚꽃이 아니더라도 한 송이 그려너어 시선이 절로 닿는다면 그걸로 된다. 그거면 된다.
시들고 축 쳐진 잎사귀가 다시 웅크려 원래의 씨앗으로 돌아간다. 태생은 변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관심과 이전과 다른 물 주기라면 너는 분명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파리가 잘려나가더라도 꿋꿋이 이겨내어 원래 자라야 할 모습으로 너를 키울 것이다. 부족하지 않게 영양분도 챙겨줄 것이다. 그땐 내 꼭 너의 이름을 지어주겠다. 지어주고 싶었다. 꼭 지어주고 싶다.
떨리는 손 끝은 이제 재생 버튼을 향해 나아간다. 새 녹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