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검색창에서 나를 표현한 단어
최근 휴대폰 요금제를 변경했다. 지인에게 얻은 5G 휴대폰으로 LTE 요금제를 쓰다 보니 쓸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공간은 많으니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어도 불편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볼 때 끊키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곳에서는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무료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아야 했고 조금의 불편함이 귀찮음 지수를 넘고 있었다.
요금제가 한 단계 높아진 만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도 생겼다. 바로 밀리의 서재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던 날 나는 가장 먼저 밀리의 서재를 결제했다. 일 년 전에 사용했던 밀리의 서재는 1개월 사용 뒤 바로 해지했다. 그때 당시에도 이용할 수 있는 책의 권수는 많은 편이었지만 정작 내가 읽고 싶은 도서는 최신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 어플을 이용하며 독서의 목마름을 적셔줄 적당한 오아시스 같은 서비스가 없어 한 동안 이용을 하지 않다가 무료로 쓸 수 있다기에 써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월마다 추천된 도서를 훑어보았다. 그때 당시 유행했던 책들을 알 수 있었고 호기심이 가는 내용과 표지도 제법 있었다. 서재에 가득 담긴 책들을 보니 뿌듯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이외에도 어떤 책들이 궁금해져 검색에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읽고 싶었지만 예약이 차있거나 고민만 하던 도서명을 검색했다.
관련 책들이 주르륵 검색이 되는 걸 보고 마음 편히 둘러보고 독자들의 평도 참고하며 서재에 담았다. 여러 관심분야를 검색하다가 검색리스트에 입력했던 단어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검색할 때도 쳐다보지 않았던 검색리스트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보통 검색기록을 저장해두지 않는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에 검색을 하더라도 아래 줄줄이 보이는 검색단어들이 불편하고 지저분해 보여 항상 검색기록 삭제를 누르고 시작했다. 유독 책에서만큼은 내가 검색했던 도서명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보였고 현재 가장 관심사가 높은 단어들로 필요다가 느낀 주제들이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연스러운 검색루틴이라고 생각했지만, 딱딱하고 단조로운 단어들에게서 심정이나 감정들이 느껴졌다.
'에세이 쓰기'에는 일정한 주제 없이 적었던 브런치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에세이로 적고 말겠다는 의지가 숨어있었고, '퍼스널 브랜딩'에는 나라는 사람을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할까,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장점과 단점, 특기와 흥미 등을 한데 모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있었고, '마케팅'은 위에 열거한 재료들을 버무려 나를 드러내고 싶은 열의가, 'SNS'는 이 결과물을 현실로 이끌어 내고 싶은 다작의 욕심이 느껴졌다.
마구잡이로 검색했던 뒤엉킨 검색기록이 그날의 기분과 생각들이 요약된 단어들로 보이기 시작하자, 필요에 의해서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검색에 단어에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싶었고, 바삐 검색하며 찾는 손이 쉬는 동안 본인에게 더 필요한 일이 더 무엇인지를 알기를 바라는 오지랖도 생겨났다. 목표의식이 더 확고해진 느낌이었다.
오늘도 수많은 포털 사이트에서 타인을 검색하고 필요한 아이템이나 정보들을 찾기 바쁘다. 많은 글과 영상들이 넘치는 인터넷상에서 정작 나는 없고 얻어야 할 정보에만 집중되어 있다. 오늘 하루 당신이 검색했던 단어를 되새겨보며 하루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