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뛰지 않고 걸어본다.

by 녹차파우더

끝나는 2월을 잡지 못한다니 마음이 편치 않다. 원래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지만, 산에 오르려고 몸을 풀다가 장갑이 없어 미루고, 신발의 날이 날카롭지 않아서 미뤘다. 분명 산 위에 올라가면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 같아 시작하려는데 이 땅 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어느 장비가 더 좋은지, 어느 브랜드의 장비가 질이 좋고 저렴한 지 매번 찾기만 하고 뜸만 들였다. 밥솥 추는 이미 멈춰 있었다. 쌀을 불려 밥솥에 적당한 시간에 멈췄는데, 그 밥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정하다가 곰팡이가 피었다.


준비만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만큼 허무한 건 없다.

잘 모르는 일에 무작정 덤비는 게 시간 낭비 같아서 단톡방에 참여했다. 매일 수많은 메시지가 떠오르고 나는 그 메시지에 담긴 많은 정보를 하나도 놓치기 않기 위해 메모를 입력했다. 내가 하루 하려는 일보다 더 긴 내용에 타이핑을 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허탈한 반응에 지나간 하루에 괜히 억울해져서 숨죽여 울었다.



나는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같이 참여하며 이해하고 싶었다. 근데 정작 이해하려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떠 먹여 주길 원했을 뿐, 사람들이 말하는 그대로 하면 다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착각하고 싶었다.



단순한 사람은 단순하게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음식점의 많은 요리메뉴를 보면 선택 장애가 오듯이 여러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방법을 고르다가 시간을 보낸다. 실천은 하지도 않고 부족한 하나 때문에 준비된 99%가 대부분 피지도 못하고 진다. 목표를 위해 쓴 시간과 노력들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공부와 일, 모든 것에는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어떤 결과물도 볼 수 없으며 잡을 수 없다. 고수들이 알려준 길을 따라 걸어가도 정작 내 것이 1%라도 없으면 미아인 건 변하지 않는다. 단순한 사고로 움직이던 사람은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를 습득하면 다양성을 선별하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고 만다.



남이 시켜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할 줄 알아야

최근 진짜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 수업을 들으며 환급금에만 집중했다. 하루 영어할당 시간은 매우 짧았고, 늘어가는 금액을 보며 영어를 공부하는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건 영어회화였지, 보람이 아니었다. 진도만 나간다고 해서 공부내용이 저절로 내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는다. 질 좋은 자료라도 할 줄 모르면 내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하기 매우 부끄럽다. 언제나 항상 하던 다짐이 실천에만 멈추면 안 된다.


내가 참여했던 단톡방에서 정말 정보를 얻고 싶었다면 스스로 해보고 안되면 질문을 해보며 판단을 했어야 했다. 조금만 검색해도 보여주는 결과물에 익숙해진 탓이다. 완성된 미술품을 감상하기에 바쁘다.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작품성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알아보고 조사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정말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치열한 경쟁에 직접 뛰어 들어가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운동화 한 켤레, 물병 하나

앞으로 뛰어가거나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가는 사람들의 방법은 아직 낯설다. 가장 빠른 속도로 먼저 목표점에 이르러야 할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 다만 단 시간에 결과가 나는 일이 아니라면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 그리고 물이 가득한 텀블러 하나만 챙겨 걷는 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이다. 그저 단순히 걷는 일이라도 온몸의 근육들의 움직임을 느끼며 익숙해질 수 있도록 꾸준히 한다면 나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도 예전처럼 방법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예시나 기출, 선배들의 조언은 참고만 할 뿐, 실질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다.


한 달 동안 괜히 복잡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할까 봐 스스로 달래느라 진이 빠졌다. 사람들이 하던 피드를 보며 부러우면 질투하면서 라이벌로 생각하고 뛰어들어가 보자. 돈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고 알면 팔로워가 느는 거고. 딱 그 정도일 뿐이다. 복잡하고 희박한 확률로 태어난 우주 중 지구에 사는 인간이지만, 인생만큼은 모두 다 복잡하게 생각하며 살지는 말자. 단순한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모양이 된다. 하고 싶은 의지는 운동화 끈을 더 조이듯 한 숨 쉬고 다시 걷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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