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제 나의 눈물버튼이다.

어설픈 만족 때문에 가족의 외로움이 커지는 줄도 모르고

by 녹차파우더

직장을 잃었다. 가족에게는 아직 그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잔소리보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나 끝내지 못했던 일을 진행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여 동안 계획을 세우고 참았던 욕망을 조금씩 실현해 내고 있을 때, 아팠던 엄마가 조금씩 기운을 차리셨다. 공원을 거니시며 사람들도 만나고 조금씩 건강해지시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잘 이겨냈구나 라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가족에게 살가운 사람은 아니라 그저 말이라도 엄마의 안위를 걱정할 뿐이었다.


일을 그만두어서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던 나는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내 일상도 버릴 수 없었다. 계획한 일이 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말끔히 포기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그녀만 혼자 외로이 걷고 있었다.

사람이 갑자기 안 하던 일을 하게 되면 하기 싫은 기분도 들지만 꾸준히 습관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진행하던 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 혼자 외롭게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따뜻한 햇살에 사람들은 커플 혹은 친구 등과 함께 봄을 만끽하는 장면에서 엄마 혼자 홀로 외로이 주변을 돌아보며 걷고 있었다. 그 순간 회사에 가지 않는 내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뇌리에 박힌 엄마의 모습에 나는 숨 죽여 울었다. 내 일에 정신 팔려 가족을 외롭게 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내가 엄마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듯, 엄마도 혼자 그렇게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슬픈 감정이 극에 달해 둑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는 오로지 가족뿐이었다.

그녀는 평생 가족들을 위해서 일했다. 몸이 아파도 자신의 모든 시간과 돈을 가족을 위해 썼다. 보살핌에는 감사했지만, 일로 바빴던 엄마와는 세대차이보다 가족이란 이름에서 더 많은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녀가 아팠을 때도 나는 충분한 병원비를 내지 못했다.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든 걸 혼자 이겨내서 살아왔으니 우리 가족에게는 아파도 본인이 해결할 문제로 인식했다.


그때부터 생계책임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생활비로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기자 나는 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스트레스로 나를 돌볼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퇴근해서도 내 맘 편히 있지 못하고 아픈 엄마를 보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지며 잦은 의견 차이로 서로를 더 힘들게 했다.


그녀에게 미안하면서도 내가 더 돈을 많이 벌려면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족을 둘러보지 못했다. 그 결과 엄마는 가족을 또 힘들게 할까 외로움을 삭이고 있었다.


예전에 사람들이 왜 엄마만 보면 엄마와 관련된 영상만 보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었다.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모습만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자동으로 흐른다.


엄마, 이제는 함께 가요.

앞으로 아무리 해야 할 일이 많더라도 엄마가 귀찮아하지 않는 선에서 안부 묻고 가고 싶었던 곳을 가며 나를 위한 소비보다 엄마가 마지못해 살아가는 하루가 아닌 가족들 품 안에서 같이 살아가는 행복을 가졌으면 한다. 처음부터 많은 걸 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함께 가져본 시간이 많지 않으니 분명 이해 못 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엄마에게 미안함을 드러내는 건 그녀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고마워요'나 '사랑해요'와 같은 비슷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 생각 보면 아픈 그녀가 살고 싶은 이유 중에 가족들도 있었겠지. 살았으니 살아가는 날이 더 많이 남은 엄마에게 걱정 없는 내일을 생각하며 평온한 잠에 드실 수 있는 하루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슬픈 영화나 슬픈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 넌 내게 엄마는 새로운 눈물버튼이 되었다. 목표에 가족은 당연히 포함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다음이 있어도 엄마에게는 다음이 없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자식은 가족을 위해 잠꼬대 부릴 수 없음을, 진지하게 임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봄이 왔으니 벚꽃이 피는 날, 이번에는 꼭 도시락을 만들어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덥기 전에 엄마가 좋아하는 바다에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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