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흔적이라도 남기는 일

습관은 작은 달성으로 이뤄진다.

by 녹차파우더
전에는

남과 비교하고 나를 돌아보지 않는 매일로 하루를 보냈다. 사람별그램에서 사람들이 올린 일상에 점점 낮추는 자신과 마주하며 감정을 소비하고, 책상에 앉기까지 컴퓨터에 앉기까지 수많은 생각의 고비를 넘어야 했다. 미룬 계획들은 언제 빛을 발할까, 게으름과 실행은 매번 힘겨운 경기를 치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감사하면서도 어제 먹은 저녁이 체한 듯 소화되지 않은 것처럼 속이 더부룩했다. 허망하게 보낼 오늘이 아까운 걸 알면서도 걱정만 했다. 계획한 일에서 도망치는 게 이미 익숙했다.


백수가 되고 두어 달이 지났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스로 다그쳤다. 매일 강의를 보며 따라 하는 배움이 낯설지 않지만 새로운 걸 유연하게 해낸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것도 흥미만 있던 일이라면 스스로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멀어지고, 달리다 걷고 또는 멈추는 일이 다분했다.



이제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지금 하는 일이 절대 헛되지 않을 거라고 되새긴다. 결승점만 보지 않고 과정을 눈에 잘 보이도록 메모지에 적어두어 자주 확인한다. 필기구나 노트 혹은 읽어야 할 책은 무조건 내 손이 닿는 곳에 두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집던 손을 길들이는 게 꼭 애완동물 훈련시키는 기분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에서 만들어내고 꾸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에는 실패했던 이유

모든 일을 한꺼번에 배우려고 했고, 그래야 내가 뛰어난 사람이란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난 그러한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니 하지 못한 만큼 더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날은 나를 타박했다. 온갖 해야만 하는 이유를 들이밀며 다른 인격체인 빚쟁이가 되어 하루 24시간의 대가를 치르도록 혹독하게 했다. 그런 날이 잦아지면 '나는 이런 일도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며 내 인생은 실패란 단어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또는 하는 행위에 익숙했다. 배움에 있어 복습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배움은 뒤로하고 '진도'와 '복습'에만 열중했다. 패키지강의 같은 경우, 매일 학습하여 일정기간을 채우면 강의료를 환불해 주는 프로그램이 한때 유행했다. 단 하루라도 빠지면 인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기간을 채워야 했다.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프로그램이 맞지 않았다. 매일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절대 내 것이 되지 않았다. 강의를 듣고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강의시청만큼의 학습시간이 필요했지만, 공부가 아닌 차곡차곡 쌓이는 환급금으로 달성을 대신했다. 하루를 빠트리던 날,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남은 인강은 물론 복습강의도 다시 보지 않았다.



이제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완벽한 결과물은 없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더 집중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어떠한 결과를 이룬 사람에게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증거를 원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방법이나 과정을 통해 이뤄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떻게 이겨내고 견뎌왔는지 강연이나 인터뷰, 혹은 다큐를 통해 얻는다. 결과물에 익숙한 사람, 혹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대로 자신에게 대입한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달성에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그림을 그리거나 글로 쓰고 싶었다. 그림이나 글을 결과물로만 내려고 한 내가 힘들었던 건 과정을 이겨내고 버텨내야 하는 단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을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남겨보기로 했다. 또 이곳저곳에 손댈까 봐 세웠던 계획 중 절반은 나머지가 몸에 익어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차차 하기로 결정했다.


익숙했던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어렵지만,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끔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하면 좋은 일', '그만두면 좋은 일'로 구분한 뒤 계획한 일을 밑에 구분하여 적었다. 적다 보면 먼저 생각나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상위에 있다. 내용 중 절반을 잘라 '다음에 할 일'이라 못 박아놓고, 살아남은 계획들에 집중하면 덜 부담되고, 집중도도 높아진다. 이 과정을 실현시키는데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야 계획표라는 늪에서 겨우 빠져나오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좋은 습관은 길들이기 힘들지만, 한번 길들이면 작은 부분이라도 내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완벽하게 짠 하루라도 100%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 못한 일 1%에 낙담하지 말고, 하루 마무리 전 뿌듯하게 해낸 30%에 감사하고 승률을 높인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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