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배웠던 것을 연습하거나 수업이나 강의에서 배웠던 공부를 복습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었고, 눈에서 벗어나봤자 할 일도 많이 없었기에 남이 짜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일뿐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얻게 된 자유로움은 한량처럼 행동하게 만들었고, 배움에서 점점 멀어지게 했다. 울타리 밖에 뛰어나와 본 세상은 너무나 눈 돌아갈 장소와 놀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취업시즌이 되었을 때, 도피성 휴학으로 뒤떨어진 학습능력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집안사정을 핑계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점점 쉬운 일,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일만 찾고, 조금이라도 번거롭거나 어려운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돈은 벌어야 하니까'라는 마인드로 소중한 이십 대와 삼십 대를 보냈다.
나는 이미 망한 인생이라 여기고 마지못해 하루를 버티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만, 내게서 어떠한 열망과 의욕 없이 사는 모습에 실망하여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어느 모임에 가도 나는 자신 있게 내 직업을 말할 수 없었고, 관리하지 못한 신체적 불안감도 점점 커지자 음식으로 도망치기 일쑤였다.
요즘에는
그동안 배우고 싶었거나 포기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다시 취직하기 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영어 문법을 배우기 위해 토익을 공부하지 않는 것처럼,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고 그에 맞는 시작을 확실하게 정했다. 한 가지를 일주일 동안 해보고 괜찮으면 아주 작은 새로운 일을 같이 시작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한꺼번에 많이 하는 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두세 가지는 빨리 몸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타협하여 만든 계획이다.
그렇게 시작한 지, 두어 달이 지났다.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지 않나? 사실 아직도 하루일과 중 평균 50~60% 정도만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스스로 '발전했다'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에게 이 두 달은 훈련할 수 있던 좋은 달이었다.
훈련내용
우선 강의를 보기 전 오늘 내가 공부할 부분을 훑어보고 모르거나 궁금한 점을 체크한다. 그리고 배웠던 내용인데 가물가물하면 전에 배운 내용을 슬쩍 복습한다. 그리고 본 강의에 들어가 흐름을 보며 공부할 방향을 짚는다. 강의가 끝나면 흐름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기억한다. 자기 전에 복습하고 다음 날 복습한다.
공부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이 습관을 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무작정을 강의를 봐도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복습을 해도 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복습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위 과정에 더 익숙해지려고 한 것도 있다. 강의를 보다 보면 순간순간 잡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집중할 부분을 표시하기도 했다.
위에는 적지 않았지만 365일을 놀지는 않았다. 그저 성실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그간 노력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유 중 몇 개 이내로 뽑자면 아래와 같다.
1. 현실성 없는 계획(의욕만 과다)
2. 결과에 집착(실수와 실패는 한 톨도 없어야 한다)
3. 타인과 비교(자존감 하락)
4. 완벽주의자 성향(이라 쓰고 핑계 대고 회피하기)
장점을 키우는 것도 좋겠지만, 단점이 장점을 헤치는 원인이라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욕과다로 만든 계획표는 반으로 자르고,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기를 쓰듯 감상평을 적었다. 온라인 강의를 보며 배울 때, 언어든 취미든 모든 내용을 100% 습득하지 못하더라도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글로 몇 줄만 쓰면 나오는 과정을 겪으며 과거의 나를 또 한 번 증오했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넷플릭스만 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 까지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의문과 동시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후회도 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영화를 보다 울었다고 대충 둘러대기도 했고, 한 가지만 들으면 부족할까 자기 계발서나 비슷한 다른 강의를 보고 싶은 마음도 견뎌야 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배우는 과정은 외로운 싸움이고,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익숙해지는데 더디고, 짜증과 화를 내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배운 열 가지 중 하나라도 무심코 배운 내용이 떠오르거나 외국어 문장이 툭 튀어나올 때, 굼뜨던 동작들이 조금씩 익숙해질 때 하루를 정리하기 전 일기에 꼭 적었다. '오늘은 이랬으니까 내일도 이럴 거야'라는 감상은 금물! 그저 내일도 내일모레도 배우고 복습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복습과 연습에만 너무 연연해하는 거 아니야?'라는 시선도 있다. 내게는 아직 아웃풋을 즐길만한 여력이 없다. 지금은 인풋의 복습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익숙해지면 어설픈 아웃풋이라도 다른 플랫폼에서 시도할 예정이니 지금은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지금 실행하고 있는 계획의 반을 또 멈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좀 더 즐기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