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뒤꿈치에 쌓인 각질을 민다고 너무 세게 밀어서 피딱지가 생겼다. 하루종일 뒤꿈치가 아팠다. 구매한 온라인 강의는 1+1이라고 광고하길래 충동구매로 질러버려서 졸지에 4개의 과목을 매일 저녁 공부하는 중이다. 육아는 언제나 뒷전인데 1+1 수강권으로 육아와 더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그냥 일하는 애엄마인데 졸지에 대학생 마냥 퇴근하고 매일 온라인 강의를 연달아 듣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참 답이 없다. 내가 좋아서 결제한 수강인데.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마치 누가 시켜서 하는 사람의 꼴을 하고 나 혼자 골을 앓고 있다. 욕심은 또 얼마나 많고 성미는 또 얼마나 급한지.
어제 점심시간에 홀린듯 들어간 독립서점에서 사장님이랑 담소를 나누다가 점심시간을 다 보냈다. 식을대로 식어버린 커피와 한 아름 골라 넣은 책더미를 가슴에 안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초면에 이름도 아리송한 독립서점과 사랑에 빠졌다. 회사 뒤편에 저런 멋진 독립서점이 있었다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분주히 일들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담기고 가슴이 무진장 두근거렸다. 내가 사랑에 빠진 그 독립서점에는 수요일 마다 정해진 시간에 100분 동안 책을 읽는다는 수요독서모임이 있다고 했다. 서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모임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한테는 왜 이렇게 재밌는 것들만 찾아와서 내가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내 앞을 알짱거리는지 모르겠다. 무진장 재밌을 것 같으니 당연히 참여한다고 했다. 그렇게 눈치도 없이 수요일이 찾아왔다. 각자 읽는 책 이야기를 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100분 독서모임인데 5분도 안 돼서 잠들어버렸다. 이게 다 수요독서모임처럼 내가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알짱거림들의 공격으로 인해 생긴 피로였다.
오늘은 마스크를 쓰고 옹기종이 모여 한 시간 반이나 회의를 했다. 나는 너무도 오랜만에 찾아온 아이디어 회의라서 혼자 잔뜩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이게 몇 번째 수정안이고, 몇 번째 회의인지 모르겠다던 팀장님은 마른 한숨만 자꾸 내쉬었다. 뒤늦게 회의에 참여한 나는 영문도 모르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 회의가 얼마나 나에게 단비였던지 퇴근을 해서도 두 시간동안 머릿속에 계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참다 못 한 나는 팀장님께 카톡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팀장님은 "그것도 계획서에 넣어볼게요"라고 답장했다. 내가 눈치 없이 팀장님의 짐이 되고 있는걸까. 머릿 속이 차가워졌다. 그 다음 쓰려고 했던 아이디어는 머릿 속에만 키핑해두기로 한다.
"밤새 그림 그리고 공부하니까 입맛이 없지."
남편은 또 볼멘소리를 한다. 토끼처럼 빨개진 눈 때문에 오늘은 렌즈 대신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다들 할머니 같다고 놀린다. 요즘 입맛이 없고 밥 차릴 힘도 없어서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 그마저도 세 입 먹고 내동댕이. 짜파게티 범벅이 되어서는 얼굴을 부비는 아이 때문에 저녁 해도 지기 전에 잠들었던 몸뚱이가 잠에서 깼다. 귀엽지만 꼬질한 얼굴로 내 얼굴에 콧김을 뿜는 작은 코끼리. 땀을 줄줄 흐르고 꼬질한 아이의 얼굴이 끈적하게 내 얼굴에 맞닿았다. 아이고, 곡소리나 절로 나왔다. 시체 처럼 무거워진 몸뚱이를 일으켜 내 몸과 아이 몸을 뜨거운 물에 씻겼다.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자 주문 같은 혼잣말을 샤워기를 마이크 삼아 읊조렸다. 너무 세게 밀어서 피딱지가 생긴 뒤꿈치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계속 쓰라렸다.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데 잡히는건 명랑과 우울 두 마리 토끼라서. 그래도 보기 싫다고 욕심부려 너무 세게 밀면 절뚝 거리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