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동생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나와 남편은 '남매 같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성도 같고, 동글동글 안경 쓴 모습도 비슷해서 '끼리끼리 만난다.'라는 말의 표본과도 같은 커플이다.
결혼한 지 햇수로 4년. 무던한 성격의 남편 덕에 큰 싸움 없이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연애할 때도 싸우거나 헤어져 본 적이 없다. 연애 초기에 내가 한 번 화낸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나를 화나게 한 적이 없었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한 번 크게 운 적은 있지만, 하루 만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순조롭게 결혼 준비를 했더랬다. 애초에 둘 다 화를 내거나 잘 싸우는 성격은 아닌지라 (하지만 회사에서는 왜 늘 싸우게 되는지 의문) 재미로 보는 궁합에서 안 맞는 성향이라고 나오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테스트라며 비웃곤 했다.
사람들이 안 싸우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자주 안 봐서 그래'라고 대답해왔다. 실제로 결혼 전, 남편은 주로 경기도, 나는 서울에서 서식했기에 평일에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주말 하루만 만났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니 더 애틋해서 싸울 틈이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싸우지 않는데, 평일에는 남편이 늘 야근을 해서 퇴근 후 한두 시간 대화하는 게 고작이고, 주말에만 붙어있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었다.
결혼 초기에는 우리끼리의 규정을 정하기도 했다. 관념적으로는, 서로가 동그라미 반쪽이 아니라 각각이 온전한 동그라미가 되자는 거였다. 어느 책에서 봤던 구절인데, 반쪽이 되면 나 하나로는 온전한 동그라미가 될 수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기대하게 되고, 의지하게 되고, 결국 나로서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함께 있을 때도 온전한 법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첫 1년 동안은 맘에 안 드는 생활습관이 있어도 말하지 않아 왔다. 각자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내 입맛에 맞게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사소한 생활습관은 지적하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을 참았다면 그 이후로도 참을 수 있다.
흔히들 싸우지 않는다면 한쪽이 참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리도 마음이 편한 것을 보면, 모르긴 몰라도 남편이 나에 대해 많이 참고 있는 듯하다. 성질 급하고 무엇이든 대충 빨리 해치우는 성미인 나와는 달리, 신중하고 깨끗한 것 좋아하는 남편은 불만이 있어도 나에게 쉽사리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터다. (실제로 사주를 보면 나는 태양 같은 불의 성질, 남편은 큰 바위 같은 금의 성질이라 한다)
내가 열 번 정도 '나한테 불만 없어?'라고 물어보면, 남편은 ‘없다’고 10번 답하다가 한번을 '변기 쓰고 뚜껑을 닫았으면 좋겠어'라고 조심스레 말하곤 한다. 화장실이 2개인 집에 이사 온 뒤에는, '각자 화장실 청소를 하자'고 남편이 제안했는데, 나는 '화장실 청소 안 해도 깨끗한 것 같아!'라고 철없이 얘기해서 지금은 화장실 2개를 모두 남편이 청소하고 있다. 항상 군말 없이….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결국 '못 참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게 되어있고, 사람 버릇은 못 고쳐 쓰는 법이다. 투닥투닥하며 자주 싸우는 커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고치려 들지 말고 내가 그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결혼 4년 차의 조언이다. 그리고 서로 계산하면서 내가 이것을 해주었으니 너도 이것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항상 내가 더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더 해주었다고 해서 진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 초기에 남편이 '이제 가족은 우리 엄마·아빠가 아니라 너와 나'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피는 한 방울 안 섞였지만,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 사람이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이니까. 할머니, 아빠, 엄마, 언니는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준 가족, 남편은 앞으로 나를 만들어 가는 데 함께 해줄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