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엄마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여자는 산책길에 구멍이 많은 나뭇잎에 눈길을 주곤 한다. 자신의 배에 생긴 여섯 번의 대수술 흔적을 들여다보듯 나뭇잎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슬비 내리는 날엔 그 나뭇잎 끝에 맺힌 물방울이 나뭇잎의 눈물인 것 같아 한참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긴 적도 있다. 나무의 옹이가 유난히 많은 나무를 만난 날이면 몸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적도 있다. 옹이가 그 나무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여자가 신장 관련 수술을 받았을 때 친정어머니의 간호를 받은 적이 있다. 남편이 드라마를 집필하던 중이라 어머니와 남편이 교대로 여자를 간호했다. 소변줄을 떼어내자 요의를 느껴 화장실로 갔지만 오줌이 나오지 않아 애쓰고 있는 여자 곁에서 어머니가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물소리를 들으면 소변이 나올 거라며 아기 소변을 뉘이듯 ‘쉬이이’ 소리를 낸 어머니 덕분에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었다. 여자는 그 후론 가끔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날엔 수도꼭지를 틀고, ‘쉬이이’ 소리를 내곤 한다. 그때마다 엄마 생각이 났다.
<저 잎새에 새겨진 파란만장>
잎사귀에 기록된 생의 글썽임
파랑주의보 내린 날에도
어디 피할 움막 없이
출렁인 시간들
빗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뒤척이다가
울먹이고 있는
파란만장의 책갈피, 세월의 푸른 경문經文
더는 넘길 수 없어,
더 이상은 읽을 수 없어
눈자위 붉어지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