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_ 엄마

by 최서영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딸이 제 남편과 아주 평화롭게 사는 모습이 대견하다. 2018년 하반기에 내가 신장이식 수술 후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 가야해서 딸집에 한 달간 머문 적이 있다. 그때 딸 부부가 사는 모습을 보니 집안일을 서로 역할분담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었다. 참으로 대견하고 마음이 놓였다. 띨 부부가 '남매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도 연애시절에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서로 비슷해진다고 한다. 사이좋은 부부라면 더욱 많이 닮아가지 않을까.


딸이 한 달에 한 번씩 속초에 올 때마다 할머니 침대에서 손을 꼭 잡고 누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시어머니께서 손녀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셨고, 키우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다. 큰시누이나 우리가 자주 다니는 미용실 원장님 등 주변 사람들이 딸들이 할머니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린시절에 키워주었다 해도 딸아이들처럼 할머니를 좋아하는 손주들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시어머니께서는 손녀들이 속초에 오는 날은 평소보다 얼굴이 환해지고 기억력도 좋아진다. 손녀들이 할머니 볼과 입술에 뽀뽀해드리면 수줍어하면서도 참 기분 좋은 얼굴의 할머니가 된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이들수록 사람을 쬐어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딸이 근무하는 회사에 오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재택근무하려고 귀가한다는 전화를 받고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뱃속의 아기와 띨이 별일 없기를 기원한다.


시누이들 가족과 시어머니 팔순기념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쓴 시를 딸들에게 보냈다.


<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팔순 기념 가족여행 중인 어머니

여기가 제주도냐고 계속 물으시네

그라운드에 난입한 시간과 격투하느라

뒤로 쑤욱 빠진 엉덩이, 퉁퉁 부은 발등

세월에 할퀴인 자국 선연한 얼굴로

아직도 제주도냐

먹먹하게 새겨질 그 말

어두워져서 놓치는 소리가 많아도

무덤덤한 귀

어두워져서

오독誤讀의 날이 많아도

오기誤記의 나날이어도

아쉬지 않은 눈

저물어가는 혀로

짭짤한 꽃게장 맛나게 드시네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정작 어머니 중얼거림에

귀가 어두워진 건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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