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_언니

by 최서영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남편이 남자친구던 시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나 많았던 남친은 나와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도, 옆에, 뒤에, 위를 볼 때가 많았다. 맨날 내 팔을 콕콕 치면서 "저기 봐", "봤어?", "저게 뭘까?" 같은 말을 많이 했다. 나는 그게 너무나 귀엽고 웃겨서 남친의 뒤통수만 봐도 즐거웠다. 남친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경험치가 많고, 내게는 없는 사교성, 호기심, 용감함, 대범함이 참 매력으로 다가 오는 사람이었다. 그런 면들이 나의 내면에 있는 외향성을 이끌어주었고, 함께 있으면 너무나 즐거웠다. 그 장점들은 남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남편은 종종 내게 이런 걸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많이 한다. 반 정도는 흘려보내지만, 그것을 직접 실현해볼 때가 많고, 그 흘려보낸 반도 결국 실행하기 위해 다시 주워 담기도 한다.


남친이 남편이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의 경우는 싸울 때였다. 싸웠었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햇수로 싸움 4년 차다. 부끄러워 서로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사이가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 사람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정말 그만 싸우고 싶었다.


싸우는 지점은 항상 똑같다.


나의 경우는, 남편이 내게 얘기도 안 하고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올 때, 혹은 내 물음에 침묵할 때다. 남편의 경우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내가 하지 않을 때, 그리고 내가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 화가 난다고 했다.


서로의 기준치가 대체로 상반된다. 나의 기준은 내향에 있고, 남편은 외향에 있다. 싸우는 과정도 항상 똑같다. 남편은 입을 닫아버리고, 나는 화를 낸다. 남편이 입을 닫고 있을수록 내 화는 커지고, 내 화가 커질수록 남편의 마음은 더 굳게 닫힌다.


싸움은 원래 싫은 거고 원래 나쁜 거라고 믿었기에, 결국 싸움에선 입을 닫고 말을 아끼는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나쁘게 말하면 '존나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왜냐면 그 싸움을 제어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싸울 때도 가슴이 쿵쾅거리지만, 사실 화해하는 순간이 더 떨린다. 남편의 입에서, 또는 나의 입에서 나는 나를 대면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잘 싸워야 한다. 그리고 평생 살면서 안 싸우고 살 순 없다. 화내고 우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울고 싶을 땐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서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도망치는 것도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상대가 허용하는 임계치가 있다. 이것을 더 큰 싸움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그런데도 우리의 화해를 위해 선을 지킬 것이냐. 서로의 허용범위 내에서만 움직이자.


"나는 소리 지르고 물건 던지는 여보가 싫어. 그러니까 화가 날 땐 일단 나가."

"알았어."

"그럼 여보는 나한테 맘에 안 드는 일 있으면, 이따 이야기하자고 말해줘."

"그렇게 이야기해도 여보는 화낼 거잖아."

"아니야. 그냥 그 말 한마디만 꼭 해줘."

"알았어."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대화였다. 화가 나면 나갔다 오라니. 이런 대화를 상황 자체가 너무 웃겼다. 다행히 그 후로 싸운 적은 없지만, 막상 싸울 때가 되면 우리는 서로가 지어놓은 울타리 자주 들여다 볼 것이다. 싸움을 하면서 느는 것은 상대의 얼굴을 더 들여다보는 것. 가깝고 더 소중한 사람일수록 배려의 마음을 더 키워야하는 것. 내가 나의 말 한마디를 더 하기 전에, 상대의 말 한 마디를 더 듣자.


기대감이 없다면 싸울 이유도 없다. 한편으로는 싸움은 이 관계로부터 비롯된 안정감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안정감에 속아,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여보 아까 왜 나갔다 왔어?"

"우유 사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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