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엄마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딸이 결혼을 하고, 조아를 키우면서 마음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어 기쁘다. 김서방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마무리하면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어 인생길을 함께 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의 단점까지도 이해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순간순간 참을 수 없는 지점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부부도 어려운 시간이 더러 있다.
하지만 결혼하기 전 서로를 그리워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참고,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끔 서로의 감정 상태를 꺼내놓고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만 쉽지는 않다. 딸 부부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내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앞으로도 둘 사이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며 멋진 인생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우리 딸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많아서 안정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시어머니는 책 읽기를 좋아하셨다. 시어머니 생신 떼 책을 사드린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아하셨다. 그 후론 내가 근무하는 학교 도서관이나 속초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갖다 드렸다. 우리 가족은 시어머님을 문학 할머니라고 불렀다. 별 재미 없는 이야기도 어머니가 들려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의 딸들의 감성적인 부분은 할머니에게서 온 거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 부부에게서 온 것도 있지만. 시어머니는 약주를 자주 드셨다, 그럴 때면 삶의 굴곡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내 할머니 얘길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할머니는 막내 삼촌을 가졌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4남 1녀를 키우느라 무척 고생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에 만난 할머니는 친구들과 막걸리를 드시고 있었다. 아침마다 묵주를 돌리시며 묵상기도를 하시고, 성당을 다니던 할머니께서 술을 드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무척 놀랐다. '석탄 백탄 타는데.....' 노래까지 부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선연하게 남아 있다. 누구나 인생의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 당시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가끔 있다. 이런 날이면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이 시를 읽곤 한다.
꽃잎꽃잎 휘날린다
이런 날이면 자꾸 떠오르지
초등학교 시절, 늦은 하교 길에 만난
허름한 구멍가게 평상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몇 분
우리 할머니 차례가 되었던지
목에 힘을 주어 선창을 하던
선탄, 백탄 타는데
아침이면 묵상 기도하며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던 분이
막걸이 잔 앞에 놓고
토하던 그 노래
일찍이 그 분의 깜깜한 가슴을 읽었던 것일까
꽃바람 부는 봄날이면 선연하게
푸른 멍과 함께
자꾸 날 따라오는
석탄, 백탄 타는데
꽃그늘 아래 서면
하염없이 떠오르는 나의 배따라기
가슴을 치받친 듯 저릿저럿 오래 아프던
이것 역시
할머니의 무장해제된 또 다른 기도는 아니었는지
퍼내어도 퍼내어도 저장고 가득 재여 있을
석탄, 백탄 더미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