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하고 왔지

워킹맘 다이어리

by 최서영

어린이집 연장반 선생님에게 그림 한 장을 받았다. 한 손은 아이가 그린 그림, 한 손은 아이의 미지근한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아이에게 이 그림은 뭘 그린 거냐고 물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 그림 그렸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고 해야 할까, 가격 당했다고 해야 할까. 이제 막 말이 튼 아이의 입에서 그렇게 문장으로 된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다. 아무 의미 없는 그림인 줄 알고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엄마 그린 거냐 되묻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응, 다 엄마 그린 거야. 엄마 어디 갔다 이제 왔어."

"엄마, 일하고 왔지."

"엄마 회사에서 일하고 왔어?"

"응, 일하고 왔지."


또 약해빠진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리고 작은 아이를 두고 몇 푼 벌겠다고 일을 하러 나가는 걸까. 그러나 곧장 생각이 달라진다. 그 몇 푼이 우리 가족에게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앞으로도 내가 나이게,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집에 와서도 그림에 대해서 물었던걸 또 묻고 물었다. 이거 엄마 맞냐고, 이거 다 엄마냐고.


"이거 다 엄마 얼굴이야"


아이와 함께 본가에 갔다 온 후로 부쩍 말이 늘었다.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과 신나게 놀고 온 것 때문인 것 같다. 2년 동안 아이를 지켜보았지만 그렇게 밝고 신나게 뛰어놀고 말을 많이 하는 걸 처음 보았다. 비싸고 좋은 물건 사주는 일보다 예쁘다고 꽁꽁 싸매고 안고 있기보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해주는 것이 교육에 좋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앞으로 아이가 내 앞에서 보여줄 자신의 인생은 어떨까. 그저 색연필로 쓱쓱 갈긴 종이 한 장에도 마음이 이렇게 동요하는데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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