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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24. 2021

엄마, 일하고 왔지

워킹맘 다이어리

어린이집 연장반 선생님에게 그림 한 장을 받았다. 한 손은 아이가 그린 그림, 한 손은 아이의 미지근한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아이에게 이 그림은 뭘 그린 거냐고 물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 그림 그렸어." 


심장이  내려앉았다고 해야 할까, 가격 당했다고 해야 할까. 이제  말이  아이의 입에서 그렇게 문장으로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다. 아무 의미 없는 그림인  알고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엄마 그린 거냐 되묻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응, 다 엄마 그린 거야. 엄마 어디 갔다 이제 왔어."

"엄마, 일하고 왔지."

"엄마 회사에서 일하고 왔어?"

"응, 일하고 왔지." 


또 약해빠진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리고 작은 아이를 두고 몇 푼 벌겠다고 일을 하러 나가는 걸까. 그러나 곧장 생각이 달라진다. 그 몇 푼이 우리 가족에게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앞으로도 내가 나이게,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집에 와서도 그림에 대해서 물었던걸 또 묻고 물었다. 이거 엄마 맞냐고, 이거 다 엄마냐고.


"이거 다 엄마 얼굴이야"


아이와 함께 본가에 갔다 온 후로 부쩍 말이 늘었다.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과 신나게 놀고 온 것 때문인 것 같다. 2년 동안 아이를 지켜보았지만 그렇게 밝고 신나게 뛰어놀고 말을 많이 하는 걸 처음 보았다. 비싸고 좋은 물건 사주는 일보다 예쁘다고 꽁꽁 싸매고 안고 있기보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해주는 것이 교육에 좋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앞으로 아이가 내 앞에서 보여줄 자신의 인생은 어떨까. 그저 색연필로 쓱쓱 갈긴 종이 한 장에도 마음이 이렇게 동요하는데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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