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창조론,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생각 말하기
요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화두가 있다. '진화론'이다. 최근 읽은 《놀라움의 힘》에서 저자는 진화론을 자신의 이론의 기초로 삼는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하지만 진화론이 그의 책과 이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의외로 명확하지 않다. 추론해 보자면, "믿음이라는 영역과 놀라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여 접근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저술 방식과 논증 방식은 무척 인상적이지만, 독자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과 창조론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여기지만, 진화론을 깊이 읽어볼수록 창조론과 꼭 대치되는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화론은 생명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왔다는 과학 이론이다. 진화론은 가설이 아닌 수많은 증거와 검증된 연구 과정을 거쳐 확립된 체계적인 이론이다. 또한, 진화는 우연이 아닌 자연선택이라는 특정한 규칙을 따르는 과정이다.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진화론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진화론은 인간과 원숭이가 공통 조상을 가졌다는 것이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직접 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진화는 무조건 더 똑똑하고 강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뿐이다. 빠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종에서는 현재에도 진화가 관측되고 있다. 진화론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신앙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창조론은 우주와 생명체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신학적 관점이다. 창조론을 문자 그대로 6일 동안 창조되었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창조론자가 이를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창조론적 입장은 젊은 지구 창조론(지구의 나이가 수천 년에 불과하다는 입장), 오래된 지구 창조론(성경의 '날'을 긴 시간으로 해석하는 입장), 유신론적 진화론(신이 진화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보는 입장) 등이 있다.
창조론은 과학과 대립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질서를 설계 증거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미세 조정 우주는 우주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조정된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적설계론은 세포, DNA, 인간의 뇌가 너무 정교해서 우연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친다. 빅뱅 이론조차도 창조론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편견은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창조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뉴턴, 케플러, 파스칼, 리스터, 콜린스 등이 그 예다. 뉴턴은 과학을 신이 창조한 질서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여겼고, 리스터는 성경의 정결법에서 착안하여 소독법을 개발했다. 또한, 창조론은 기독교만의 개념이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도 공유하는 개념이며, 일부 무신론 철학자들은 우주의 질서를 인정하면서 이를 우연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화론이 맞다면 창조론은 틀리고, 창조론이 맞다면 진화론은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 개념이 시작되는 '질문'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화론은 "생명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라는 과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고, 창조론은 "생명과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진화론은 생명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집중한다면, 창조론은 그 존재의 이유를 탐구하는데 집중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학적 연구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신앙의 핵심 진리를 흔들 수는 없다고 본다. 나는 성경의 무오성(오류가 없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절대성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나도 이견은 없다. 성경이 영적, 신학적 진리의 측면에서는 오류가 없지만, 반드시 모든 부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측면에서, 나는 과학서를 읽을 때 신앙을 생각하고, 신앙서를 읽을 때 과학을 생각하며 신앙과 과학의 균형을 늘 고민한다.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신론을 생각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은 진화론을 생각하는 것과 어찌보면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는 성경의 무오성을 완전히 유보하는 입장도 아니다. 앞으로 나의 근간을 뒤흔들 사건이 발생한다면, 신앙이든 과학이든 얄짤이 없다. 역사역 예수 연구는 오랜 시간 이어 왔지만 금기의 영역들이 분명히 존재했다가 최근에서야 성서 밖 예수에 대한 제3의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들이 언젠가 내 믿음의 근간을 흔들어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현재까지는 많은 무신론적 서적들을 읽었지만 그 어떤 책도, 그 어떤 문장들도 "성경의 핵심 진리는 흔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과학과 신앙의 균형을 찾으면서도, 핵심적인 신앙의 뼈대는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내 지금까지의 믿음 체계인 것 같다.
지금까지 무신론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들에 반박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진화론이 반드시 무신론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논리나, 신앙을 배척하는 태도에 나는 분명 거리감을 느낀다. 과학과 신앙은 반드시 대립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태도로 진리를 탐구할 것인가. 마음이든, 눈이든 닫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이든 논할 때, 그것이 논쟁거리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탐구하는 본질들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