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_ 동생

by 최서영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_ 동생

나는 사실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MBTI 같은 성격 테스트를 참 좋아한다.


어릴 적 나는 제일가는 겁쟁이에 소심한 성격이라, 상대방의 눈을 보거나 말을 꺼내는 것을 어려워했다. 엄마 손에 끌려갔던 교회에서는,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니 신앙심 여부를 떠나 나에겐 버티기 매우 힘든 곳이었다. 학교에서도 어쩌다 친해진 몇 명을 제외하곤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고, 항상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였다.


성격의 변화가 컸던 변곡점이라고 한다면, 활달한 성격의 친구들을 사귄 순간들이다. 중학교 때 친해진 친구는 나와는 달리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활달한 아이가 있었다. 나는 쉬는 시간 10분이 마냥 짧게 느껴져서 대부분 화장실만 빠르게 다녀오거나 자리를 지키곤 했는데, 그 친구는 3분남은 시점에 갑자기 매점에 다녀오자고 나를 데려가곤 했다. 늘 여유가 있고 겁이 없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나면서 소심한 성격에 약간의 활달함과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 이후는 더 많은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그들의 영향을 받아 나도 '꽤 재밌는 아이'가 되었다. 혼자였다면 못 했을, 친구들과 장기자랑 무대에 서기까지 했다. 물론 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중여고를 나온 탓에 남자들과 대화하는 게 영 어색해서, 2년간 수학을 가르쳐 준 남자 과외 선생님과도 눈빛 한 번, 사담 한 마디 나눠보지 않았던 나였다.


가장 큰 변화는 대학 진학 후다.


대학 진학 후에는 어느덧 동기, 선배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사람이 되었다. (술 덕분이었을까) 학보사에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매주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나를 경계하는 눈빛과 숱한 거절을 이겨내고 인터뷰를 따내야만 했다.


또, 사회과학을 전공하면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매주 있었는데, 내 대학 생활을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토론 수업은 어떻게든 자료를 준비해 한두 마디 나눌 수 있었지만, 몇 십 명 앞에서 내 과제물을 발표하는 일은 너무나 큰 고역이었다. 그래서 발표 전에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내가 외운 대본을 자연스럽고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연습을 수십 번 했다. 연습해도, 달변가 체질은 아닌지 능숙하게 발표를 하진 못하지만, 처음처럼 목소리를 떨거나 대본을 줄줄 읽는 수준은 벗어났다.


물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상처도 받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생겼다.


회사 안에서는 활달하게 돌아다니다가 몇 번 지적을 받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친한 사람 외에는 사담을 나누지 않는다. 회사 밖에서는 나와 같은 성향, 같은 취향의 사람이라면 내 속내를 훤히 드러내기도 하고, 먼저 만나자고 조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내 성격은 활달한 걸까 소심한 걸까, 세심한 걸까 덜렁대는 걸까, 적극적인 걸까 소극적인 걸까, 정의해 보려 하니 쉽지 않았다. 그 어느 쪽도 맞다. 어릴 적엔 소심했지만, 여러 사람과 사건을 겪으면서 활달함을 배웠고, 때때로 어린 시절 소심한 내가 순간순간 나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 그리고 마주한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단순한 사람이면서도 순간순간 본래의 성질이 튀어나올 때가 있기도 한, 그런 성격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앞으로도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 고민하게 되겠지만, 매년 매 순간 내 성격은 바뀌고 더 복잡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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