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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브런치'

두 사람의 크리에이티브

by 최서영

서현: 나에게 브런치는 내가 가진 채널 중 유일하게 정보 제공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플랫폼이야. 평소 일상속에서 편린된 생각들이 있잖아. 멍 때리고 있다보면 ‘이런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조각이 생겨. 나는 보통 목욕할 때 생각하거든. 분산되어 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어떻게 이어붙일지 생각해.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아까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거지. 아, 이런 문장 괜찮겠다 하면서 머릿속에서 콘티를 짜는거지.


아이 재우고나면 그때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거야. 나는 끊어서 쓰는 걸 싫어해. 앉은 그 자리에서 한번에 쭉 써. 쓰면서 내 생각을 최종 정리하는거야. 큰 뼈대는 정해놓고, 이런 주제, 이런 키워드 정도만 생각해뒀다가 쓰면서 내 마음을 정리해. 그럼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거지.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아.


그렇게 하면서 내 글을 올리기 전에 몇 번씩 봐. 오탈자나 비문이 있는지 보고 발행 된 글을 읽으면 되게 만족스러워. 하나 해냈다는 느낌도 들고, 내 감정도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내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을 회상하는 기록용으로 브런치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 브런치는 다른 채널이랑 다르거든. 오직 브런치용으로만 쓰는거라서 사실 우리 책에서 브런치를 빼고 싶기도 했던게 내가 원래 하던 방식이랑 결이 너무 달라서 빼고 싶었거든.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땐 ‘볼 만한 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정보를 넣게 되고, 유튜브와 블로그는 조회수 수익도 있으니 사람들이 클릭할 만한 글을 쓰려고 해. 브런치도 조회수 수익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않더라도 솔직한 내 생각, 나중에 다시 들여다 보고 싶은 지금 이 시기의 육아 이야기를 쓰고 싶더라고. 브런치는 글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 플랫폼인 것 같아.


언니는 브런치 글을 어떤 식으로 쓰는거야? 나는 그게 궁금해. 글 주제의 발상. 착안하는 과정이 궁금해.


서영: 근데 나는 너가 브런치를 보는 시선으로 모든 플랫폼을 봐.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다 객체야. 원소스멀티유즈, 웬만하면 안 하고 싶어. 나도 너하고 과정은 처음에는 비슷했던 것 같아. 목욕하면서도 많이 하고, 설거지하면서도 많이 하고, 쓰레기 버리면서도 많이했어. 내가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연재하고 매거진 제목이 <워킹맘 다이어리> 잖아. 워킹맘으로서 오늘 하루 어떤 의미 있는 일이 있었는지 그런걸 그 때 그 때 남기다가 어느 순간에는 정제 된 언어로 오랫동안 글을 첨삭해서 발행하게 되더라고. 브런치는 그 자체로 글쓰기를 단련하게 하는 플랫폼 같아. 그리고 나는 솔직히 브런치에 올린건 브런치에서 대부분 끝내거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브런치 서브채널로 활용하는 편인데 그것도 매번 똑같이 올리기 보다 서브채널에 올리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만 올리는 편이야. 그런데 너는 카카오뷰를 브런치 서브채널로 활용하고 있더라.


서현: 내가 브런치에 처음으로 연재했던 매거진 제목이 <아이를 기르다, 나를 기르다>잖아. 아이를 기르면서 어떻게 나를 찾아가는가를 연재하고 있어. 나는 주로 일상을 일기처럼 쓰는걸 좋아하거든.


브런치는 조회수 수익이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거든. 그래서 카카오뷰를 활용하고 있어. 브런치와 카카오뷰 둘 다 카카오의 채널이라 연동하는 걸 권장하더라고. 그래서 뭔지도 모르고 시작해봤는데 나쁘지 않더라고. 카카오뷰의 주제는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있는데, 육아 주제로 잡는다고 하면 내 브런치 글과 다른 채널의 육아 관련글, 뉴스, 유튜브 콘텐츠를 엮어서 발행해. 브런치 자체로는 돈이 안 되지만 카카오뷰는 작은 돈이라도 벌 수 있어서 좋고.


사실 카카오뷰 하기 전에는 다음 메인에도 내 브런치 글이 자주 노출되었어. 그래서 누적 조회수 1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지. 나름 비결이라고 한다면 제목을 클리커블하게 쓰려고 했어. 그렇다고 육아 관련 주제로, 실제 글 내용과 다른 어그로는 끌고 싶지 않아서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공감과 의외성을 주는 제목을 쓰려고 했어. ‘아기의 고집이 반갑다’, ‘코로나 시대 육아 딜레마’, ‘아기와 산책하며 만나는 4가지 유형의 사람들’ 이런 식. 사실 이런 제목은 언니가 더 잘 뽑지.


그런거 보면 언니랑 나랑 브런치 운영방식에 약간의 테크닉 스킬이 다를 뿐이지 스타일이나 플랫폼에 대한 관점은 비슷한 것 같아. 사실 우리 둘 다 공감에세이를 메인으로 쓰긴 했지만, 브런치에서 정보성 글을 발행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서영: 너도 브런치에 정보성 글도 연재했었잖아. 그걸로 전자책도 냈고.


서현: 맞아, 나는 브런치에 육아 일기 말고 디지털마케팅 관련글도 연재했었어. 내가 8년 동안 마케팅 업무를 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나는 뭔가 내가 스스로 할 줄 아는게 없고 8년 동안 허송세월 보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도 글로 쓰면 뭔가 남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육아 일기를 쓰다가 깨닫게 된 거야.


그래서 기존에 쓰던 육아일기와는 별개로 내가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정보성 글을 시리즈로 연재하게 됐어. 모이다 보니까 ‘아, 나 헛살지 않았구나’ 의미를 찾은거야. 그러다가 그 글을 모아서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이번에 전자책까지 출간하게 된거지.


만약에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발간하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혼자 글 써서 투고하기 보다는 우리처럼 브런치에 하나하나 연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러다보면 언니처럼 출간 제의를 받거나 나처럼 공모전에 응모하는 방식으로 기회가 생길 수 있잖아.


전자책까지 내게 된 과정도 지금 내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과 원리는 비슷해. ‘어떻게 더 많이 보게 할 것인가?’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오게 된 거지. 그러니까 내가 운영하고 있는 모든 채널이 그래.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늘 있는 거야.


어차피 취미니까 숫자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고,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본능같은 게 있어. 그런데 언니는 조회수 이런거 별로 안 보잖아.


서영: 맞아, 내 브런치는 구독자수나 조회수 크게 신경 안 써. 나도 왜 조회수 욕심이 없었겠어. 처음이야 있었지. 하다보니 점점 내려놓게 된 거 같아. 내려놓으면서 도대체 뭐가 중요한걸까. 내가 왜 크리에이터를 하고 있는건가. 계속 자문했던 것 같아. 하고 싶지 않다면, 멈추고 싶다면 언제든지 멈추자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게 되더라고.


구독자, 조회수 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뭘까?를 고민하게 된거지. 내가 가진 철학이 죽지 않는 게 중요하더라고. 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즐겁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내가 만족스러우면 그만인거야. 아까 너가 써놓은 글보고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잖아. 만족감, 채워짐. 난 그걸로 크리에이터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거든.


브런치의 경우는 내 철학을 담는 작업이니까 내 삶의 철학을 지탱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잖아. 그래서 브런치는 나와의 약속인거야. 주 1회는 꼭 글을 쓰자 그게 나에게 한 약속인거지.


브런치는 그런 의미에서 숨어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채널 같아. 어떤 작가는 작가가 된 동기가 브런치래. 맨날 집에 와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니까 이럴 거면 핸드폰으로 집에 와서 브런치로 글을 한번 써볼까? 해서 브런치 어플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다가 작가가 되신 분이거든.


서현: 습관이라는게 그렇게 중요한거라니까. 브런치에서 글 안 쓰면 알림이 오잖아. 나는 필 받으면 쓰는 스타일이라 그 알람 되게 자주 받았거든. 브런치는 습관을 만드는 플랫폼이라는게 마음에 들어. 브런치 존재가치가 그 거잖아. “브런치에서 글 써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보세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발돋움 같은 채널인거잖아. 브런치라는 채널은 내 머릿속에 있는 노하우나,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플랫폼이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기대하게 해. 브런치에서 시작했지만 브런치를 넘어서 무언갈 할 수 있는 기대하게 되는 플랫폼이야.




브런치: 글의 가치를 발굴하는 플랫폼


서현과 서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브런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화에서 공통된 점은 하나였다. 바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서현은 브런치를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한 채널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브런치는 자기 자신을 정리하는 공간,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쓸 때, 그녀는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목욕을 하거나 일상 속에서 멍 때릴 때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하나의 완성된 글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녀에게 힐링이자 자기 정리의 시간이다. 서현은 종종 말한다,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을 회상하는 기록용으로 브런치를 활용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탐색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서현이 말한 대로, 이 공간은 정보성 콘텐츠와 개인적 경험의 기록이 모두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브런치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무대로 생각한다. 그저 많은 조회수를 얻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솔직한 내 생각을 기록하고, 그것을 나중에 되돌아보며 자신의 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반면, 서영은 브런치를 철학을 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브런치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지탱하는 공간이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집중하며, 이곳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내면의 갈등과 경험들을 풀어낸다. 브런치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는 그저 글을 쓰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서영은 그녀의 철학을 전하는 작업을 글쓰기라는 형태로 실현하며,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를 찾는다.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서영에게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신경을 썼지만, 점차 그것을 내려놓고 글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이제 단순히 기록을 넘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브런치는 그녀에게 자신을 찾는 여정이자 그 여정을 기록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서현과 서영은 둘 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서현은 일기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고, 서영은 삶의 철학을 담아내는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브런치가 글의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브런치의 존재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브런치는 단순히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플랫폼이다. 서현과 서영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둘 다 브런치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에 있다.


브런치는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한다"는 서현의 말처럼, 글을 쓰는 과정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서영 역시 브런치를 통해 자기 철학을 구현하며, 그 과정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낀다.


브런치가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브런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 발굴 플랫폼이 된다.



저자 최서영

공공기관에서 14년 차 소셜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미니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잠시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꾸준한 연재 콘텐츠는 없지만,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단발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며,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소셜미디어를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저자 최서현

대기업에서 13년 차 마케터로 활동 중이며, 8년 차 키덜트 크리에이터로도 알려져 있다. 더 나은 일을 하고 싶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유튜버로서의 길을 시작했다. 육아휴직 동안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티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 손을 뻗쳐, 자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글을 쓰고 영상을 찍는다.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궁금했던 것들, 보고 싶었던 것들을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아리의 인형방’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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