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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나귀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예루살렘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외쳤다.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이스라엘의 왕이여!” 그들은 승리를 외쳤고, 새로운 시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오셨다. 말이 아니라, 나귀. 힘이 아니라, 겸손.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었다.


나는 때때로 예수님을 나의 기대 속 왕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주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기도했으니 들어주시겠죠?” 내 계획과 타이밍 안에서 하나님이 일해주시길 바란다. 마치 예루살렘 성문 밖에서 ‘호산나’를 외치던 군중들처럼. 군중들의 "호산나"는 "십자가에 못 박으라"로 바뀐다.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얄팍한지를 알 수 있는 전환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예수님을 환영했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왕의 모습으로 기대했다. 로마의 압제를 깨뜨릴 정치적 메시아, 기적과 권능으로 모든 걸 해결해 줄 영웅 말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기대를 넘어서는 분이었다. 아니, 정면으로 거스르셨다.


그때 바리새인들이 절망하며 말한다. “너희가 하는 일이 쓸데 없다. 보라, 온 세상이 그를 따른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들렸다. 바리새인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종교 지도자들의 계산과 두려움, 그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의 계획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계획하고 준비해도, 하나님의 방식은 그것들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조금씩 배운다. 나의 기대와 하나님의 일하심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 다름은 결코 낙심이 아니라, 더 크고 깊은 뜻 안에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제자들은 그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이 예언의 성취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이해되지 않는 길을 걷는다. 그러나 나귀를 타고 오신 주님을 믿는다. 그분은 내 기대보다 낮게, 그러나 더 깊이 오시는 분이다.


그러니, 주님, 내가 당신의 뜻을 오해할 때조차 나를 기다려 주세요. 나의 기대가 당신의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 이해되지 않아도, 결국 모든 길이 당신께로 이어진다는 것을 신뢰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천천히, 오래도록 걷게 해주세요.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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