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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극히 값진 , 바다에 친 그물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오늘도, 내일도 통장 잔고를 보며 걱정한다. 정신 차려 보니 나는 항상 돈 걱정 뿐이다. 돈이 없어지면 어쩌지? 계속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사고 싶은 것도 한 달 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국 장바구니에서 내 손에 쥐여지지 못 한 채 삭제 된다.


맘몬주의가 떠오른다. 맘몬은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서 부와 탐욕을 상징하는 개념이자 신격화된 존재다. 맘몬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 등장하는데, 특히 마태복음 6장 24절과 누가복음 16장 13절에서 언급된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6:24) 여기서 "맘몬"은 탐욕과 물질주의의 상징이다. 이후 기독교 전통에서 맘몬은 점점 탐욕과 부를 신격화한 악마로 여겨지게 되었다.


맘몬과 천국
44절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45절 또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46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
47절 또 천국은 마치 바다에 치고 각종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으니,
48절 그물에 가득하매 사람들이 끌어내고 앉아서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못된 것은 내버리느니라.
49절 세상 끝에도 이러하리라. 천사들이 와서 의인 중에서 악인을 갈라 내어
50절 풀무 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갈리라.

마태복음 13장 44절~50절 말씀 (개역개정)


천국은 감춰진 보화

오늘 묵상 말씀을 통해서 나는 천국이 맘몬화 된 것처럼 느껴졌다. 천국은 감춰진 보화 같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밭을 파다가 발견했는데, 너무 귀해서 자기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다고 한다. 나 같으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사람들에게 뺏길까봐 꽁꽁 싸매고 싶은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성경 구절에서 느껴졌다. 알리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을 만큼 귀중한 것이었나 보다.


천국은 극히 값진 진주 하나

천국은 극히 값진 진주 하나 같기도 하다고 했다. 좋은 진주를 찾던 장사가 마침내 그 하나를 발견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팔아 그 진주를 샀다. 하나. 단 하나. 그만큼 귀한 것이니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이었나 보다. 나는 이곳에서 천국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보화처럼 감춰지고, 진주처럼 귀해서 아무나 살 수 없다. 천국은 그렇게 값지고 어렵고 좁은 길이다.


천국은 바다에 친 그물

천국은 바다에 친 그물 같다고도 했다. 그물을 던져 많은 물고기를 건져 올렸지만, 그중 좋은 것만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버렸다. 어부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는 것처럼, 천국을 향한 구원도 결국 좋은 것을 가려 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물고기일까. 주님의 그물에 걸린다면, 좋은 물고기일 수 있을까.


이 말씀은 천국의 가치와 마지막 심판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다. 천국은 발견한 사람이 자기 모든 것을 내어주고서라도 얻을 만큼 소중한 것이며, 마지막 때에는 의인과 악인이 분리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질문들이 맴돌았다. 천국은 귀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나는 거기 들어갈 수 있을까. 보화를 발견한 사람처럼, 진주를 산 장사처럼, 모든 것을 걸어도 후회 없이 선택할 수 있을까.


맘몬, 가짜 보화

숭배와 이단은 저 멀리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숭배하는 것이 바로 맘몬이다. 악마로서의 맘몬도 존재한다. 중세 이후로 맘몬은 7대 죄악(탐욕,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식, 정욕) 중 탐욕(Greed)의 악마로 묘사된다. 현대에도 "맘몬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돈과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태도를 뜻한다.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돈을 신처럼 섬기는 태도를 경계하는 개념이다. 맘몬은 특정한 종교에서 실제 신으로 숭배된 적은 없지만, 부와 탐욕이 신격화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맘몬은 겉보기에는 매력적인 재물과 탐욕을 대표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을 속이고 망가뜨리는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맘몬을 좇아 재물과 부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만, 그 끝에는 만족이 없고, 오히려 영적인 공허함을 남긴다. 반대로, 천국은 겉으로는 감추어져 있고, 쉽게 보이지 않지만, 발견하는 순간 삶을 통째로 걸 만큼 가치 있는 것이다. 맘몬을 따르는 사람은 돈과 물질이 전부인 줄 알고 집착하지만, 결국 허망한 것을 쫓는 삶이 된다. 천국을 발견한 사람은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천국의 가치를 깨달으면 기꺼이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고라도 그걸 붙잡으려 한다. 가난한 심령이란 그것을 붙잡으려는 간절함을 표현하는 것 같다. 예수님은 "너희가 하나님과 맘몬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맘몬이 주는 것들(돈, 성공, 안락함, 인정)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감추어진 보화처럼 보일지라도 천국을 발견하고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 이렇듯 맘몬과 천국을 대비해서 묵상해 보면 더 깊은 의미로 천국이 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맘몬은 "지금 당장 보이는 것"을 약속하지만, 결국 헛된 것이고, 천국은 "지금은 감추어져 있지만, 발견하면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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