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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고도 믿는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오늘 묵상한 말씀은 누가복음 7장 1절에서 10절이다. 한 백부장이 있었다. 백부장은 사랑하는 종이 있었고, 그 종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백부장은 유대 장로들에게 부탁해 예수님께 자신의 종을 고쳐달라고 요청한다. 장로들은 예수님께 말한다. 이 백부장은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를 위해 회당을 지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의 청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예수님이 그 말을 듣고 백부장의 집으로 가시려 하자, 백부장은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주여, 수고하지 마옵소서. 말씀만으로도 내 종이 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워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중에서도 이만한 믿음을 본 적이 없노라.” 놀랍다. 예수님도 놀라실 수 있다니. 신이 인간에게 놀라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지금까지 예수님이 무언가에 놀란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예수님이 감탄한 믿음이라니. 백부장은 어떤 믿음을 가졌던 걸까?


보지도 않고 믿는 것. 손으로 잡지 않고도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 “말씀만 하셔도 낫습니다”라고 확신하는 것. 기적을 본 사람들도 그 기적을 끝까지 믿지 못하는데, 이 사람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믿어버린다. 예수님은 그 믿음에 놀라셨다.


연예인 이성미 집사는 200명이 넘는 구원 기도 리스트가 적힌 기도제목으로 올린다고 한다. 기도의 힘을 믿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반대의 방식으로 더 익숙하다. 백번의 기적을 봐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몸이 아프다가도 낫는 기적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다음번에도 나을 거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선의를 수도 없이 경험하면서도,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믿게 되는 것.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해주시리라는 확신보다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것.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매주 기도할 목록이 늘어난다. 기도해줄게, 라고 말하는 순간 잊어버릴까 봐 그 자리에서 손을 모은다. 백부장의 말처럼, 반드시 직접 가지 않아도, 손을 얹지 않아도, 예수님이 말씀만으로도 낫게 하실 것을 믿는다.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 그러므로 생각한다.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에게 백부장의 믿음을 허락해주소서.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마음, 당신의 말씀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회복될 것을 믿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아멘.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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