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교회를 쉬다가 다시 다닌 지 몇 개월이 되었다. 교회를 쉰 기간은 8년이다. 감히 다 알 수 없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하나님의 하신 일이 이제는 어렴풋하지만 알 것도 같다.
다시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 교회의 목회자들과 나눈 교류다. 수년 전 여전히 나는 사역 하나 직책 하나 맡은게 없는 그냥 청년 초신자였고, 수만 명의 신자 중 한 명이었지만, 담임목사님(지금은 원로목사님)과 티타임을 가질 기회가 있었고, 목회자들과 함께하는 조찬 모임에도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회사 복도에서 담임목사님을 만날 확률은? 챗지피티한테 물어봤다. 0.008%라고 답했다. 대충해보아도 1%가 안 되는 확률이다.
어떻게 이런 기회들이 내게 주어진 것인지.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것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교회를 다니게 된 지금, 나는 또 과거처럼 그런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했었다. 기도로 드린게 아니고,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이다.
기다린 적도 없는, 너무도 빨리 받은 응답
그런 생각을 한지 대략 한 달 쯤 지나서였을까. 주말 오후. 아이들과 편의점에서 주일날 나눠 먹을 과자와 음료를 한가득 들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둘째 아이가 “울면 안 돼”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3월의 봄 날,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니. 정말 뜬금이 없는데, 더 뜬금 없는건 저 멀리서 원로목사님이 손에는 꼬질꼬질한 산타모자를 쥐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것이었다. 아마도 세탁소로 가는 길이신 것 같다.
“목사님!”
그분이 나를 알아보실 리 없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불렀다. 내게 한가득 안고 있는 과자를 보며, "웬 과자가 그렇게 많냐"고 물으셨다. 교회에서 아이가 친구들이랑 나눠 먹는다고 샀다고 했다. “목사님, 안 그래도 산타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산타모자를 들고 계시네요.” 그렇게 말하자 목사님이 "줄까?" 꼬질한 산타모자를 내미시며 웃으셨다. 남들은 그냥 우연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느꼈다. 이건 하나님이 내 생각에 응답하신 거라고. 목사님 손에 들려 있는게 꼭 구원처럼 느껴졌다.
'구원 받을래?'
'괜찮아요, 이미 받았는걸요.'
따뜻한 햇살 아래, 아이들과 함께 ‘울면 안 돼’를 부르며 집으로 걸어갔다. 따뜻한 햇살이 꼭 하나님 품 같았다. 그 날은 내 생일 전 날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구원이라는 생일 선물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이야기를 주변에 전했지만, 다들 그냥 웃고 넘어갔다. 확률적 계산을 해볼 필요도, 의미도 없다. 많고 많은 날 중에 하필 다시 교회를 다니게 된 후, 집 앞 편의점 앞에서 3월에 캐롤을 부르고 있는데, 산타모자를 들고 오는 우리 교회 목사님을 만날 확률. 챗지피티 계산해줄래? 챗지피티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대답해주셨다. 그럼, 다시 만날 수 있고 말고.
나는 생각했다. 목사님은 세탁소 가는 길도 하나님께 쓰이시는구나. 하나님은 내 작은 생각에도 응답하시는구나. 오늘 묵상한 말씀은 마가복음 4장 35절에서 41절이다. 큰 광풍이 불어 제자들이 자는 예수님을 깨운다. 예수님께서는 바람을 꾸짖고 바다를 향해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신다. 그러자 바람이 그치고 바다가 잠잠해진다. 예수님은 주무시는 동안에도 일하셨다. 목사님은 세탁소 가는 길도 쓰이셨다.
기도는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도 기도가 될 수 있다. 믿음이 있는 생각이라면, 하나님 안에 거한 마음이라면 말 없이도 이미 기도와 다를 바 없다. 기도는 정제된 생각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생각까지도 응답하신다. 지금까지 돌이켜보았을 때 땅에 떨어진 기도는 하나도 없었다. 떨어진 것이 있다면 하나님 안에 거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고, 내 욕심 밖에 없던 생각이었을 것이다. 설령 욕심으로 하나님 밖에서 한 생각과 기도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은 생각을 바꾸시고 마음을 바꾸신다.
다시 돌아온 교회는 여전히 좋았다. 교회를 떠났던 건 다만 이사를 하면서 내 마음에 드는 좋은 교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떠날 때 마지막으로 했던 기도가 문득 떠올랐다. “하나님, 교회를 사랑하기보다. 하나님을 먼저 사랑하고 싶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8년이 지나 다시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이끄심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교회를 사랑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 마음을 온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완전히 바꾸어 놓으셨다. 나조차도 내가 한 기도를 기억하지 못 하다가 문득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달라진 내 마음을 확인 하는 것이다. 그 때 내 기도는, '교회는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교회는 사랑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사랑하는' 내 모습이었는데, 과거의 나는 지금 돌이켜보니 하나님도 교회도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의 내 모습은 '교회도 사랑하고 하나님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고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가 되었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