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고요한 새벽, 어스름한 빛이 갈릴리 호숫가를 감싸 안는다. 그곳에서 예수와 제자들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묻는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제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들은 세례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혹은 예언자 중 하나. 그들의 대답은 세상의 혼란스러운 외침과 닮아 있었다. 그들은 예수를 보았지만,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예수는 다시 묻는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침묵이 흐르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시몬 베드로의 목소리였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예수는 베드로의 고백을 칭찬하며, 그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며, 땅에서 매고 푸는 권위를 부여한다.
베드로의 고백은 성령의 계시였고,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러나 베드로조차도 예수의 고난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를 막으려 했다. 우리는 베드로의 모습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본다. 예수는 그런 베드로의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셨다. 교회는 인간의 연약함 위에 세워진 신비다. 우리는 불완전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그의 도구가 된다. 우리는 천국의 열쇠를 받았지만, 그 권위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일 뿐이다.
나는 오늘의 묵상을 통해, 교회를 세우신 대목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가 떠올랐다. 야곱은 도망쳤다.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인 대가는 무거웠다. 집을 떠나 낯선 길 위에 선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을 베개 삼아 잠들었다. 차갑고 단단한 돌, 온몸을 받쳐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그 돌에 기대어 그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사다리가 보였다.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진 길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야곱은 그 사다리 너머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하나님을 보았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야곱은 돌을 기둥 삼아 세웠다. 이곳이 하나님의 집, 벧엘이라고. 어젯밤 그가 누웠던 돌은 그냥 돌이 아니었다. 그에게 약속을 들려준 돌, 그에게 길을 열어 준 돌이었다.
야곱은 도망쳤고, 베드로는 흔들렸다. 둘 다 불완전했다. 그러나 야곱은 돌을 세우고 그 집은 하나님의 집 벧엘이 되었고, 베드로의 고백은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우리도 흔들리고, 넘어지고, 때로는 도망친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찾아오신다. 차가운 돌베개 위에서도, 흔들리는 반석 위에서도. 그리고 말씀하신다.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예수는 곧 제자들에게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가 메시아라는 고백을 베드로의 입을 통해 계시하신 것인데 왜 침묵을 명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 명령은 고난 받는 메시아를 예언하신 것이다. 죄의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정치적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으며, 우리의 때와 하나님의 때가 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메시아의 비밀이라고 기독교 내에서는 불리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경고는, 그것이 세상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진리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고난받는 메시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함이었다. 성경을 묵상하면 묵상할수록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그로 인해 성경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씀이었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